- ‘자본과 미술의 신(新)밀월시대’ 보고서
최근 글로벌 미술품 시장 성장세
대표적 인기 요인은 ‘안정성’
글로벌 금융사들 ‘아트테크’ 서비스 운영 중
“국내 금융사도 관련 서비스 도입해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제17회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MZ세대를 주축으로 신규 진입자가 늘면서 미술품 거래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추세에 발맞춰 ‘아트테크(Art-Tech, 예술과 재테크의 합성어)’ 관련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고객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도 아트테크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4일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과 미술의 신(新)밀월시대’를 발표했다. 오 연구원은 “미술품 시장의 투자 수요가 확대되며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미 미술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성장 중인 미술품 시장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술품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품 시장의 거래금액은 651억달러로 전년(503억달러) 대비 약 30%가량 성장했다. 국내 시장의 발전 속도는 더 빠르다. 2021년 한국의 미술품 시장 규모는 9160억원으로 전년(3280억원)과 비교해 약 3배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진입자가 활발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아트테크’ 열풍은 전 세대로 확산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30대 신규 회원은 1년 만에 82% 증가했다.
미술품 시장의 대표적 인기 요인은 ‘안정성’이다. 미술품은 시장 및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이 변하는 다른 자산과 달리, 단기 이벤트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또 인플레이션과 함께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자산 관리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 미술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따라 평가된다. 이에 환손실 예방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제17회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연합] |
씨티은행, 모건스탠리은행 등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아트테크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출 상품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은행이 제공하는 미술품 담보 대출 기간은 통상 1년으로, 작품 소유자는 미술품 감정가의 최대 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보험 및 펀드 상품도 다양하다. 악사(AXA), AIG 등 글로벌 보험회사들은 미술품 종합보정, 운송 및 적하 보험 등 다양한 미술품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미술품 관련 비금융 서비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술품 관련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출·구매 기획 등 분야를 나눠 관련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사후 미술품 처리 방식 등 미술품 승계 전략을 컨설팅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개방형 수장고 H.art1의 전시관 풍경.[연합] |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아직 태동 단계다. 국내 은행권의 미술품 담보 대출 시장은 소규모로, 신용도가 높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 미술품을 정식 담보로 취급하기보다는 신용 대출 형태로 처리하는 경향이 크다. 보험업계에서도 적정한 작품가 산정 등의 어려움 등의 요인으로 담보대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국내 컬렉터들도 미술품 보험 가입 시, 외국 보험사를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비금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최근 하나은행은 고객이 소장한 미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수장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금융사는 아트테크 관련 서비스에 뚜렷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오영선 연구원은 “미술품은 ‘눈에 보이는 자산’이라는 본질적 특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미술품 수요를 증가시키고, 수요를 근간으로 한 수익 창출을 유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