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가득찬 저장고도 불안…유럽 기업들 ‘가스 확보’ 각개 전투
뉴스종합| 2022-11-21 10:07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등으로부터 LNG를 공급받기 위해 만든 LNG 터미널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주요 기업들이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가스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을 앞두고 천연가스 비축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당장 내년 봄부터 다시 극심한 에너지난이 재현될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최대 화학사인 바스프와 에너지사 유니퍼가 최근 미국의 LNG 수출업체 등과 가스 공급 계약에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의되고 있는 공급 시기는 2025년 이후다. 독일 에너지사인 RWEAG의 경우 지난 5월 미국 LNG 개발 및 수출업체인 셈프라 인프라와 15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유럽의 미국 LNG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영국 화학사 아이네오스와 폴란드의 폴란드 국영 O&G 회사 PGNiG는 이미 셈프라 인프라와 공급 계약을 마쳤다.

일찍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고조되자 유럽의 주요 기업들 간의 에너지 확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들로 구성된 단체를 통한 에너지 공동 구매를 제안해왔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의 복잡성과 국가, 기업 간의 수요량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방안은 현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RWEAG 대변인은 “우리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천연가스를 공동 구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전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나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은 에너지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각개전투’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유럽은 천연가스 저장고의 95% 가량을 채우며 겨울나기 채비를 마친 상태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WSJ는 “러시아의 PNG(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대부분 중단되고, 한정된 LNG 물량에 대한 세계적 경쟁도 증가하고 있어 내년 겨울을 위한 가스 공급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LNG 공급 계약이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역행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기업 입장에서 장기 계약이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환경방위기금의 질 듀건 전무는 “유럽 기업들의 LNG 거래와 탈탄소화 계획은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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