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마크롱 사칭 전화에 낚인 폴란드 대통령, 바이든·나토 통화 내용 줄줄줄~
뉴스종합| 2022-11-23 10:26
폴란드 국경 마을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전세계가 긴장한 시기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인 척 전화해 폴란드 대통령을 속인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오른쪽)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모스크바타임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폴란드 국경마을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전세계에 긴장이 고조된 직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의 전화에 깜박 속아 넘어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과 통화한 내용을 서슴 없이 털어놓은 녹취록이 온라인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에 따르면 이 러시아인은 두다 대통령을 골탕 먹인 전화 녹취록을 러시아판 유튜브인 ‘루튜브’에 올렸다.

녹취록에서 두다 대통령은 프랑스어 억양 흉내에 깜박 속아 마크롱 대통령인 줄 알고 전화를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진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 동부 마을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벌인 지난 15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농민 2명이 숨지자 폴란드는 실제 나토 조약 4조를 발동했다. 마침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던 시기여서 바이든 대통령은 G7,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거쳐 폴란드 국경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쏜 오발탄인 것으로 정리했다.

두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을 사칭해 다른 지도자들을 속여 온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였다.

두다 대통령은 녹취록에서 “러시아와 나토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상대방의 말에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냐. 날 믿어라. 나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전화 상대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두다 대통령의 생각을 계속해 물어왔고, 두다 대통령은 전화를 끊었다.

당시 전 세계는 사건이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으로 판정되면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수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자국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얻었는 지 등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이 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러시아 관영 방송은 이들에 대해 한결같이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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