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서병기 연예톡톡]팬덤이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
라이프| 2022-11-23 11:11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팬덤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팬덤 문화가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간다.

‘팬덤 3.0’의 저자 신윤희는 팬덤 진화 과정을 “1세대 팬덤은 추종자, 2세대는 고객님, 3세대는 기획자”로 설명하고 있다. 1세대 팬덤은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에 열광하는 ‘추종자’다. 2세대 팬덤은 스타의 음반을 살 수 있고, 콘서트도 갈 수 있는 ‘고객님’이다. 이 단계에서 팬들이 자발적 모금을 통해 스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조공문화가 형성된다. 팬조공은 팬들의 구매력을 증명하는 일종의 이벤트다.

팬덤 3세대는 기획자와 전략가, 마케터의 역할이 추가된다. 원래 음악산업에서 담당하던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팬덤이 참여하면서 팬덤의 영역이 넓어졌다.

초기에는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이 나는 팬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제 팬덤이 훨씬 더 보편적인 용어다. 팬클럽이 기능적인 용어라면 팬덤이라는 단어에는 힘, 세력, 세계 등의 느낌이 담겨 있다. 팬클럽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데에는 tvN 감성복고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역할을 했다. ‘빠순이’ 문화로 낮게 평가된 팬클럽 활동을 무한 긍정하며 취업의 기회로 활용해 콘텐츠 산업의 역군이라는 긍정적 인식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3세대 팬덤은 대략 2017년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101’ 시즌2부터 본격화됐다. 스타와 그룹을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양육하는 새로운 소비자로서의 팬덤이다. ‘프로듀서 101’은 이런 육성팬덤의 명칭을 ‘국민 프로듀서’라 지칭하고 3세대 팬덤 확장을 꾀했다. ‘내’가 길러냈다고 생각하므로 ‘감놔라 배놔라’의 간섭 팬덤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이런 간섭의 팬덤 목소리가 음악산업을 살찌우면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진우 RBW 공동대표도 K팝 프로듀싱이 초기 매니저 프로듀싱에서 작곡가·아티스트 프로듀싱(2009~2020)→팬 전문가 프로듀싱(2020년 이후)으로 변화한다며 팬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미디어 소비가 단순했을 때의 아이돌 음반은 매니저가 지상파 3사의 음악 PD를 만나보고, 시장 상태를 살펴본 후 직접 기획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제작의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작방식이 한계에 왔을 때 제작을 맡게된 주체는 전문 작곡가와 프로듀서다.

여기서 8~20명이 노래를 만드는 집단 창작 방식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로 변해갔다. 저작권 단체에 등록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작곡가의 수는 4명~9명 정도가 예사다. 3단계 프로듀싱에서는 팬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팬 매니저가 프로듀싱의 중심에 있다. 댓글을 보는 팬 매니저가 작곡가를 부리는 방식이다.

이제는 팬덤이 제작사와 아이돌과 함께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이루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체크 앤 밸런스, 팬덤 연구가 김정원 님은 이런 관점으로 논문을 발표했음.)을 이뤄가며 스타의 건강한 이미지와 가치를 만들어간다. 팬덤이 아티스트를 무조건 옹호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아티스트가 계속 잘못을 저지르면 팬덤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 서우석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팬덤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 이유로는, 팬덤 콘텐츠 자체의 양과 이슈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상품 등 사업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더더욱 다양해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컨텐츠 산업에 사업이 될만한 것들은 이제 공부하면서 찾아내야 한다.

스타와 제작자들도 팬덤을 제3의 기획자로 인식하고 있다. 팬덤이 제작의 일정 부문을 맡을 수도 있고, 새로운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 문화산업 발전과 다양성에는 팬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 팬덤 변화를 보면 점점 더 올바른 소비로 가는 소비자 인식 변화 방향도 알 수 있다.

특히 MZ세대들은 환경 문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스타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고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착하고 선한 아티스트가 K-팝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착하고 선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도 아티스트와 제작사(생산자)는 수시로 팬덤과 소통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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