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는 이제 보편적 행사”
서울시 “직접적 설치 주체 아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십자가 모양의 조형물이 장식돼있다.이영기 기자 |
서울광장에 설치된 트리 위 십자가 장식을 놓고 시민의 공간에 특정 종교의 상징물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에 서울광장 운영·관리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오세훈 시장 등이 참석한 점등식을 시작으로 서울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밝혀졌다. 트리를 놓고 한 SNS 이용자는 “독일 등 유럽권과 미국 등에서는 공공기관이 십자가를 거는 일에 매우 주의하고, 트리 꼭대기엔 별을 달기도 한다”며 “한국 서울시가 트리에 왜 십자가를 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트리를 구경하던 시민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시는 박모(25) 씨는 “십자가를 보고 다소 의아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트리를 구경하던 다른 시민은 “기독교인이라서 어떤 점이 어색한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시민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시는 십자가를 둘러싼 이견은 알고 있지만 나서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우선 시는 트리의 직접적 설치 주체가 아니다. 트리를 설치한 건 시가 아닌 시에 사용료를 내고 설치를 진행한 ‘CTS기독교TV’다. 다만 서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을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치돼 광장운영에 대한 필요 사항을 심의하는 ‘열린공간 운영 시민위원회’에서도 십자가에 대한 이견이 지속됐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광장 트리 위 십자가는 2013년부터 등장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시간 이견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견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만 십자가를 제한하는 것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 등 종교적 의미를 갖는 행사가 국민정서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적 영역에서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중립성에 대한 목소리는 오늘의 새로운 논의는 아니다. 2021년 유럽연합(EU)은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크리스마스’를 ‘홀리데이’로 바꿔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즐기는 행사로, 기독교적 배경이 희석되며 오늘의 시시비비가 이어져 오고 있다”며 “하지만 십자가를 제한하는 것도 타 종교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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