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 정상·슈퍼리치와 잇단 경협
네덜란드·스페인·케냐 등과 논의
주요국과도 경제이슈 머리 맞대
속속 국내 기업들 MOU 성과로
사우디 빈살만 방한이 정점 찍어
전문가들 “수출 다변화 긍정효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 호주에 본격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레드백 장갑차에 사인 세리머니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외교’ 드라이브가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 등 복합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스페인, 케냐 등의 정상을 잇달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앞선 첫 동남아 순방에서 마주 앉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도 경제 이슈로 머리를 맞댔다. 수출과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에 여느 때보다 집중한 결과, 속속 국내 기업들이 해당 국과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최근 경제 외교 행보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순방에서도, 상대국 정상 방한에서도 경제협력을 제1의 화두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선제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 당시 인도네시아와 총 10건의 정부·민간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최근 연이어 방한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경제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의 성과였다. 당시 총 26건, 최소 40조원 규모의 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40분간 단독 환담을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민관 수주지원단을 꾸려 사우디 현지에 먼저 보낸 것도 양국 간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한 발판이 됐다.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건설은 물론 초고속 통신망과 신재생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여러 분야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기대감 섞인 평가다.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성과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케냐 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4일 중흥그룹 정원주 부회장과 대우건설 실무진이 루토 대통령을 예방해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도 아프리카 경제외교의 기대감을 높인 또 다른 사례다.
경제외교는 곳곳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폴란드와 방산 수출에 대해 협의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올해 폴란드와 124억달러에 달하는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상외교 등을 통해 수출 제반 사항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주재한 첫 수출전략회의에선 ‘세계 5대 수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대통령 외교라는 것도 철저하게 경제와 안보”라며 “한반도 안보를 위한 외교 활동을 빼면 모든 해외 순방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이슈에 맞춰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봉쇄로 우리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데 내년에도 전 세계적 금리인상으로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리 기업의 투자 기회를 정상 간 회담 등을 통해 이끌어내는 것은 앞으로의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정 최고 책임자가 경제 분야, 특히 해외 투자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것 자체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