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술·담배·화석연료...ESG펀드 그린워싱?
뉴스종합| 2022-11-29 11:29

ESG를 표방하는 국내 펀드가 술·담배·화석연료 기업 등을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를 설계한 운용사 ESG 개선이 나타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편입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의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에프앤가이드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트러스톤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은 술의 주요 원료인 ‘주정’을 생산하는 한국알콜 주식을 4.29%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는 KT&G와 한국가스공사 주식을 각각 5.07%, 5.02%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매도했다. KT&G는 3분기 말 기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담배 매출에서 나왔다. 한국가스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한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ESG우수기업 ETF는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삼천리와 서울가스가 비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 ETF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채권을 여전채, 은행채 등 11개 채권과 동일한 금액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LNG를 주원료로 열, 냉수, 전기 등을 공급한다.

KB미국ESG배당귀족증권자투자신탁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엑슨모빌 주식을 3.82% 보유하고 있다. 보유 종목 중 비중이 가장 높다. 엑슨모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및 가스회사라고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ESG고배당귀족지수(ESG High Yield Dividend Aristocrats Index)를 100% 추종하고 있고, 해당 지수가 ESG 점수가 낮은 기업을 제외한 고배당 종목을 포함하고 있어 액슨모빌이 구성종목에 포함됐다”며 “매년 초 투자 재조정(리밸런싱)을 진행하나, 올해 들어 에너지 기업 주가가 상승해 액슨모빌 비중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화석연료 기업도 투자를 통해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 생산 방식에서 덜 배출되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어 투자 자체로 비판하긴 어렵다”며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에서 만든 지수에도 화석연료를 전부 제외한 ESG지수, 화석연료가 포함된 지수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의 ESG펀드의 종목 편입 기준이 모호해 투자자의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가 생각하는 ESG 개념에 맞게 펀드를 구성해서 제공하느냐의 이슈”라며 “국내 펀드는 구체적으로 편입 기준을 명시하기보다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을 포함한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죄악주’를 원치 않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펀드 운용보고서에서 “회사의 자체적인 포트폴리오 변화 및 신규 투자로 ESG 개선이 나타나거나 외부 충격으로 ESG 개선이 가능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펀드의 수익률과 설정액은 연초 이후 후퇴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28일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은 -10.59%이며 설정액은 6116억원 감소한 3조3758억원이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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