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금쪽으로 자란 나의 변화...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요”
라이프| 2022-11-30 11:11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의 황효주 강사, 정정아 학생, 장한솔 음악감독(왼쪽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일주일에 두 번. 길게는 1시간 30분씩 버스를 타고 오케스트라 연습을 간다. 해발고도가 700m 이상인 곳이 전체 면적의 60%나 되는 인구 4만 명의 도시. “찾아오는 선생님마다 혀를 내두르는”(장한솔 음악감독) 무시무시한 계단을 오르고 나면, 45명의 아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돼준 음악공간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서 첼로를 배운 정정아(18) 학생은 “이곳에서 참된 교육을 받고, 아주 멋진 어른들과 인연이 맺어진 것이 내겐 너무도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엄청난 금쪽이였어요. 중학교 땐 기숙사 학교를 다녔는데, ‘참교육의 꽃을 피워요’라는 기상 노래가 나왔어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생각나더라고요. 꿈의 오케스트라에선 금쪽이였던 저를 믿어주고, 지지해줬어요. 사랑을 많이 주는 게 아이들에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안에서 큰 사랑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겐 꿈의 오케스트라가 참교육이에요.” (정정아)

3년간의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은 정정아 양의 삶에 너무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원만하지 않은 교우 관계, 산만한 태도, 잦은 전학으로 학교 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은 온데 간데 없었다. 성격은 차분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설명하며 미래를 그린다. 장한솔 음악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에 처음 와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 정아를 보고 무척 당황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한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거점기관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음악 교육’을 통해 청소년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워온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전국 51개 기관에서 300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의 제한은 없다. 장 감독은 “아이들이 이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사회성을 키우는 가치에 일순위를 두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곳에선 아이들이 악기를 잘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에요.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교제하면서,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대화상대가 되는 것이 1번이에요.” (황효주 강사)

음악으로 모였지만, 오케스트라는 또 하나의 학교이자 가정이었다.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이 안에선 모두의 열정과 애정으로 가능하게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살핌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잖아요. 큰 소리를 내거나, 딴지를 거는 것은 정아만의 방식으로 관심을 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옆에서 들어주고, 기다리니 아이들도 서서히 달라졌어요.” (황효주)

“합주할 때면 화음이 생기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을 한 이후로 에스파의 음악에서 잘 들리지 않던 소리들까지 듣게 됐어요. 이 작은 소리들이 섞여 음악을 이루고, 작은 소리라고 버려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정정아)

장 감독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목소리를 낼 때와 아닐 때를 구별하는 것”이라며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은 늘 자기 목소리의 불륨을 키우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가끔은 줄일 필요가 있어요. 꿈의 오케스트라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의미가 있어요. 사실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관계 맺는 법을 배워요. 변화는 쉬운게 아니더라고요. 끊임없이 사랑을 주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함께 모여 음악을 하고, 마음을 나누며 보석같은 아이들을 얻었어요. 우리의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이에요.” (장한솔, 황효주)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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