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장중 원·달러 환율 1300원 붕괴
3분기 연속 0%대 성장률
체감 소득 악화에 금리인상 부담 커져
이창용 “3.5%안팎서 금리인상 마무리 희망”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보인 한국경제가 내년에는 더 저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수출은 물론, ‘펜트업 효과(억눌렀던 소비폭발)’로 내수에 기여했던 민간소비도 2분기 연속 체감소득이 악화되며 동력을 잃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같은 기간 0.7% 감소하며 2분기 연속 악화됐다. 국민의 실질 체감 경기가 그만큼 안좋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하던 한은도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빚(가계신용)이 3분기 말 기준 1870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금리를 더 올리면 이자 부담에 따른 가계 경제는 더 위축된다.
3분기 GDP에 대한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2분기 1.3%포인트(p)에서 0.8%p로 낮아지고, 순수출은 이 기간 -1.0%p에서 -1.8%p로 악화됐다.
문제는 내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했다. 동시에 물가상승률 역시 내년 초까지는 5%를 유지할 것으로 전했다. 한은은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감 소득이 감소하고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성장은 더 억눌릴 수 있다. 실제 1%대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였던 2020년 마이너스 성장(-0.7%)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경제 성장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은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다수 기업이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물가 상승 속도는 느려졌다고 언급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느려졌다”며 “12월 금리 인상 속도조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일 원·달러 환율은 석달만에 처음으로 13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한은도 금리인상 결정을 좀 더 여유있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통화정책에 따른 원·달러 환율 흐름은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가장 주시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창용 총재는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등 국내 여건이 우선이지만 연준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유출 위험성을 거론하며 “어떤 의미에서 우리 금리와 미국 금리의 격차가 너무 크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12월 빅스텝(정책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한·미간 금리차는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
이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3.5% 안팎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올린 뒤 최종금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지난달 금통위에서 언급한 대로 3.75%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총재는 또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 긴축 속도를 재검토하고 집값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연착륙을 언급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 흐름이 금융안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가 높아 금융안정 리스크가 크진 않지만, 고금리 상황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운용 시 감안할 요소다.
한편, 이 총재는 중국 경제가 내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낼 경우, 한국 경제가 큰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고 국경과 경제를 다시 개방한다면 우리에게 거대한 경기 부양책이 될 것”이라며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