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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또 법 어겼다 김진표 “송구”…與 ‘이상민, 총력엄호’ · 野 “의장 월권”
뉴스종합| 2022-12-02 16:02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 2일 오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국회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뒤는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신현주 기자] 국회가 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기한을 임의로 ‘또’ 어겼다. 국회의장은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총력저지’에 힘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됐던 본회의 일정을 김 의장이 임의로 ‘개의거부권’을 발동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오는 8일과 9일 이틀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 등을 처리키로 했다.

▶김진표 ‘송구’… 전시 대비 ‘준예산’ 가능성도= 국회가 국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2일)을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 수년째 반복돼 왔던 일이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송구하다’고 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직 정기국회 일정(9일)까지는 시일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정됐던 본회의를 열지 않은 것은 국회의장의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2일 오후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3자회동’을 한 뒤 A4 용지 한장짜리 입장문을 냈다. 김 의장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오늘이지만 내년도 나라살림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오는 8일과 9일 이틀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또 “여야가 ‘정치 현안’을 가지고 대결 구도를 이어가면 예산안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양당 원내대표들과 정부에 예산안 처리 일정을 최우선으로 합의해 줄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며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조정․중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사실상의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국회가 또다시 법을 어기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은 이날 까지다.

만일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 2일까지도 예산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준예산’으로 정부가 운영된다. ‘준예산’은 전년 정부 예산에 준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준예산 제도’는 한국전쟁 시기 국회 개의가 불가능한 상태일 경우를 대비해 마련된 제도다. 일각에서의 우려처럼 ‘정부 셧다운’은 일어나지 않는다. 직전 해에 사용됐던 공무원 월급 지급 등은 모두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다만 신규 사업이나 새로운 예산 집행은 불가하다.

▶연례 관행… 尹, 껄끄러운 ‘대야관계’= 예산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전례는 부지기수다. 이를 해결키 위해 도입된 것이 국회선진화법 가운데 예산처리 부분이다. 여야는 지난 2014년 5월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을 만들면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를 도입했다. 국회법(제85조의 3)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을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그 다음날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다고 규정한다.

선진화법 시행 덕분에 2015년도 예산안은 2014년 12월 2일 법정시한을 준수해서 통과됐다. 2018년도에는 법정시한을 지나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까지 4일, 2019년도는 6일, 2020년도에는 8일이 걸렸다. 2021년도 예산은 6년 만에 법정시한을 준수했다.

올해엔 국회의장이 사실상 이같은 예산안 처리에 제동을 건 셈이 되게됐다. 예정됐던 본회의 일정(12월 1일, 12월 2일)을 김 의장 스스로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김 의장이 지정한 25개 ‘예산부수법안’ 역시 모두 본회의 문턱을 못넘었다. 본회의 개의권을 가진 김 의장이 사실상 ‘개의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 의장의 본회의 개의 거부는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경우의 수를 차단했다는 측면에서 야당도 마냥 반발만 하기만은 어렵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심사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되게 된다. 물론 야당의 의석수가 과반인 상태여서 본회의에서 ‘부결’ 시킬 수 있겠으나, 이럴 경우 더 심한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올해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껄끄러운 ‘대야 관계’가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맞추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각종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났고, 이 때문에 과반 의석수를 점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 예산을 ‘뭉텅이’로 삭감하며 실력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이전에 ‘1조원이 넘게 든다’며 공세를 취했고 국민의힘은 과장이라며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과, 해임건의안은 물론 탄핵소추안까지 강행하려는 민주당의 의지가 국회에 맞붙었다. 예산안 처리와 해임건의안 두가지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극에 달하면서 결국 올해도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한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의장이 예정된 본회의를 임의로 개의하지 않았다”며 “여야가 정기회를 시작하며 합의한 본회의 일정을 의장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명백히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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