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K-조선, 악재 털고 내년엔 순항할까
뉴스종합| 2022-12-09 11:15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의 모습.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파업과 악성 재고 등의 악재를 잇따라 해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조선시장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예측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조선업계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확대와 러시아의 파이프 천연가스(PNG) 수출제한, 그리고 2010년 이전 발주 선박의 교체주기 도래 등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610척에 달하는 LNG운반선의 신규 발주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기발주된 274척을 제외하고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67척의 선박 발주가 예상된다.

LNG 운반선은 전체 선박 중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가 높다. 특히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건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효자 선종’이기도 하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데 이 같은 기술력은 한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경우 1대당 가격 역시 2년 전만 해도 1억8600만 달러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2억4800만 달러(약 3275억원) 수준까지 급등했다. 현재 국내 조선 3사는 각 사별로 LNG 운반선을 연간 20척 가량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향후 지속적인 일감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극적으로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고 지난 8일 이어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을 가결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파업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이르면 내주 본계약을 앞둔 한화그룹의 인수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진행된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을 필두로 한 한화그룹 인수 실사단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했던 잠정합의안은 노조의 찬반 투표에서 4표(0.06%) 차이로 부결됐다. 임단협의 연내 타결 가능성은 어려워졌지만 조합원 절반가량이 찬성표를 던진 상황에서 전체 파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악성재고’로 남았던 드릴십(원유시추선)의 추가 처분에 성공하면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전문 시추선사인 사이펨에 ‘산토리니 드릴십’ 1척을 2991억원에 매각했다. 드릴십은 한 때 1척당 가격이 6억 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저유가 장기화 여파로 2014년 이후 신규 발주가 전무해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2013년 수주했던 드릴십 유가 하락으로 잇따라 계약이 파기되면서 악성재고가 됐다.

지난 5월에도 삼성중공업은 국내 사모펀드가 설립한 큐리어스 크레테에 드릴십 4척을 1조원에 매각한 바 있다. 큐리어스 크레테는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드릴십을 매입한 뒤 시장에 되팔아 출자 비율과 약정한 투자수익률에 따라 배분한다. 잔여 매각이 완료되면 삼성중공업은 4500억원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투자금까지 회수할 수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계는)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빅사이클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조선가가 올라가는 것은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인건비 부담은 위기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발주 둔화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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