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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악재 속에서도…글로벌 경매사는 고공행진
라이프| 2022-12-20 21:56

11월 9일 크리스티 뉴욕에서 열린 폴 G 앨런 컬렉션 경매에서 크리스티 인상주의 및 현대미술 부서 공동 대표 아드리안 매이어가 조르주 쇠라의 ‘모델들, 군상(작은버전)’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컬렉션 중 최고가인 1억 492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에 낙찰됐다. [CHRISTIE'S IMAGES LTD. 2022]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산적한 악재는 글로벌 미술경매시장을 비켜가는 것일까.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경매 3사 모두 올해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크리스티는 84억 달러(한화 약 11조원), 소더비는 80억 달러(10조 4000억원), 필립스는 13억 달러(1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매출을 견인한 요인으로는 이벤트성 경매, 경매 영역의 확장, 신규고객 발굴 등이 꼽힌다.

크리스티 : 큰 거 한 방 ‘폴 앨런’ 경매

크리스티에게 미술시장 역사상 가장 큰 연간 매출기록을 안겨준 주인공은 지난 11월 열린 폴 앨런 컬렉션 자선경매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1953-2018)은 슈퍼컬렉터로 유명했기에, 그의 컬렉션은 경매시작 전부터 총액이 10억 달러(1조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됐다. 실제 경매 총액은 16억 2000만 달러(2조 1100억원).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단일 경매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총 27명의 작가가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쇠라의 ‘모델들, 군상 (작은 버전)’이 1억 4920만 달러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이 1억 3780만 달러,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과수원’이 1억 570만 달러, 클림트의 ‘자작나무 숲’이 1억 460만 달러에 낙찰되는 등 5점이 1억 달러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경매에 대한 관심도 컸다. 프리뷰 기간동안 수 천명이 방문했고, 온라인 뷰잉은 400만명을 넘어섰다.

경매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 84억 달러 중 경매는 72억 달러, 프라이빗 세일이 12억 달러를 차지했다. 프라이빗 세일은 지난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역대 3번째 기록으로, 코로나19 판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49% 커졌다. 카테고리별로는 메인 섹터인 20세기·21세기 미술이 62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고 럭셔리 부문이 9억 8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지난해 대비 각각 21%, 2% 성장한 수치다. 럭셔리부문은 경매 입문 통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체 신규고객의 36%가 럭셔리로 유입됐다.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다루는 고전 분야는 7억 8900만 달러, 아시아 및 세계미술은 3억 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폴 앨런 컬렉션 경매 중 최고가 톱 3 작품들 [CHRISTIE'S IMAGES LTD. 2022]

지역별로는 북미지역이 45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매출과 비교하면 73% 성장했고,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는 1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 늘었다. 다만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8억 33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0% 역성장했다.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의 중요도는 줄지 않았다. 밀레니얼 컬렉터의 62%가 아시아 태평양 출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카테고리를 종합해 전체 구매자 및 응찰자의 30%가 밀레니얼이고, 이들의 매출은 5년 전과 비교해 127% 증가했다. 매튜 웡, 아드리안 게니, 안나 웨이얀트 등 MZ작가들을 선호하는 이들은 현대 미술품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시계, 보석, 핸드백, 와인 등에선 1억 1000만 달러를 사들였다. 크리스티는 2024년 홍콩에 아시아 태평양 본부 신사옥을 개관할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많은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CEO는 “미술시장이란 가끔은 화산위에서 춤추는 것 같다”며 “도전적 매크로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술 및 럭셔리 시장의 회복탄력성, 폴 앨런 경매 등 주요 컬렉션의 성공, 크리스티 팀원의 전문성과 노력으로 역대 최고 글로벌 판매 총액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소더비 : 미술품 외 자동차·부동산으로 영역확장

2024년 개관 예정인 소더비의 새로운 홍콩 지점 [IMAGE CREDIT: DERRY AINSWORTH]

크리스티와 더불어 양대 미술품경매사로 꼽히는 소더비도 올해 매출 80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의 73억 달러에서 9.6% 늘어난 수치다. 다만 미술품과 럭셔리는 12월 14일 현재 64억달러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최근 인수한 자동차 경매사인 RM소더비와 소더비 컨시어지 옥션에서 23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 규모가 커진 것이다.

미술시장에서는 미술품 경매 비중이 줄어들었음에도 사상 최대실적이라고 밝힌 것을 놓고 눈속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수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커진 미술시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부동산·자동차·와인 등으로 분야를 다변화 한 것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조치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소더비 매출을 끌어올린 주인공은 시장에 처음 소개되는 1인 소유 컬렉션이었다. 순수미술품 경매 중 8억 달러가 여기서 나왔다. 데이비드 M 컬렉션을 비롯 솔린저, 조셉 호퉁 컬렉션이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2021년 말 선보인 초현대미술(1974년 이후 출생 예술가들의 작품)만 다룬 ‘더 나우(The Now)’ 부문이 2억 4400만 달러를 기록해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했다.

필립스 : MZ컬렉터 등 신규고객 대거 유입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필립스는 홍콩에 본사 단독 사옥을 내년 오픈 할 예정이다. 사진은 홍콩 본사 사옥 건물 전경 이미지 [필립스 제공]

필립스 옥션은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창립이후 최초로 12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데이어 올해는 이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13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전체 매출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경매로 10억 달러를 차지했다. 프라이빗 세일은 2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전년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구매자의 47%가 온라인 및 라이브 경매에 참여한 신규 고객이었고 낙찰자의 3분의 1일 밀레니엄세대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객군의 확대가 눈에 띈다. 시계 경매 100% 낙찰률 달성,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보석,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있는 경매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븐 브룩스 필립스 옥션 CEO는 “우리는 특별한 성장시기에 있으며 올해는 시장에서의 우리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장 미셀 바스키아를 비롯한 현대 미술, 시계 등 다양한 작품의 경매 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필립스 옥션은 내년 홍콩에 아시아 본사 단독 사옥을 오픈할 예정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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