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 전원에서 젊게 산다는 것
뉴스종합| 2022-12-27 11:26

원래 새해에 환갑을 맞는 필자는 뜻하지 않게 ‘회춘’을 하게 됐다. 애초 주민등록 나이가 실제보다 한 살 적은 데다 새해부터 만 나이로 바뀐다고 하니 ‘나는 50대’를 2년 더 누릴 수 있다. 물론 숫자상 나이가 한두 살 늦춰진다고 해서 실제 젊어지는 건 아니지만....

올 상반기 ‘도시농업관리사’자격을 취득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실습교육을 받았는데 필자의 눈엔 교육생 대부분이 20~40대 정도로 젊게 보였다. 그런데 각자 자기소개 때 밝힌 실제 나이는 의외로 50·60대가 꽤 있었다. 심지어 얼굴만 보면 40대로 착각할 60대도 있었다.

지난달 거주지인 강원도 홍천에서 도시민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강의를 했다. 이때도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고무적인 흐름인지라 홍천군 귀농귀촌 교육담당에게 물어보니 “실제 젊은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50·60대가 가장 많다”고 했다. 필자의 눈썰미 없음을 인정한다 해도 그들은 정말 젊게 보였고 옷차림 또한 그랬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한 사회후배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얼굴(피부)관리 좀 하시라”는 말부터 꺼냈다. 십수년 시골생활의 결과로 얼굴에 남겨진 (잔)주름과 검버섯, 점들을 보고 그런 것. 그는 “요즘 도시에 사는 50~70대도 ‘얼굴 리모델링’은 기본”이라고 부추겼다. 아하! 그렇구나. 도시인들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인 것은 얼굴 리모델링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었던 게다.

필자는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2010년 귀농한 이후에는 더더욱 외모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개 아침에 일어나면 세면은 생략하고 저녁 샤워 한 번으로 끝낸다. 면도도 어쩌다가, 이발은 몇 달에 한 번 한다. 얽매이지 않은 시골살이의 특권 아닌 특권이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수놓은 (잔)주름과 검버섯, 점 등은 되레 농부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닐는지.

물론 도시든, 시골이든 젊게 보여 손해 볼 일은 없다. 농부이자 귀농귀촌 강사로도 활동하는 필자 또한 마찬가지. 만약 또래의 도시 교육생보다 시골 강사가 너무 늙어 보인다면 교육 효과도 반감되지 않을까. 시골에 살면 건강하고 그만큼 젊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필자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부쩍 드리웠다고 해도 어쩌다 만나는 도시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덕담도 있다. “예전 도시에서는 늘 업무스트레스에 절은 경직되고 찌푸린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얼굴이 쫙 펴졌다. 아주 평온해 보인다”는 말이 바로 그것. ‘타화타찬(他畵他讚)’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새해면 무위의 자연과 시골에 묻혀 산 지 햇수로 14년째가 된다. 도시처럼 인위적으로 젊게 보이기보다는 부부가 함께 흐르는 세월에 순응해 ‘곱게’ 늙되 ‘젊게’ 살고 싶다. 봄·여름·가을뿐 아니라 이 엄동설한에도 늘 푸름을 잃지 않는 늙은 소나무처럼. 어린 소나무는 어린 대로, 젊은 소나무는 젊은 대로, 늙은 소나무는 늙은 대로 그 모습과 기운이 각기 다르다. 젊은 소나무가 발산하는 쭉쭉 뻗어나가는 기상과 활력도 물론 좋다. 하지만 갖은 풍상을 극복한 의연한 노송의 모습은 언제나 젊게(푸르게), 그리고 겸손하고 평온하게 살라고 일깨워준다.

나이 든 귀농·귀촌인들이 새겨야 할 전원에서 젊게 사는 법이 아닐는지.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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