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與 당권 판도, 온리‘유(劉)’에 달렸다?… 죽쒀서 안철수 관측도[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1-25 20:51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구도가 후보등록을 일주일 앞두고 격변을 맞았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에 이어 주요 주자로 거론됐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의 상승세를 전망하는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으로 해석됐던 여권 내 주류의 행동이 오히려 친윤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마지막 남은 판도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나경원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출마하지 않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보다 당을 먼저 생각한다), 인중유화(忍中有和·인내 속에 화목이 있다)를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은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결국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 있기 때문”이라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가 된 심정으로 제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발언은 자신의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여권 내 불협화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출산 장려책’을 언급한 이후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기까지 대통령실 및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어 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의 불출마 압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뭐 구태여 그부분 말씀드리긴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을 도왔던 박종희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소위 (대통령실) 비서실하고 나 전 의원을 조율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런 분들이 저출산위를 맡겼을 때 ‘당대표 하지 말라는 사인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계속 그 일을 해라’ 이런 식의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경원 지지층 표심 어디로…당장은 “안철수에 표 붙을듯”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따른 여권의 관심은 지지율의 향방이다. 나 전 의원을 향한 표심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22~23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나 전 의원은 16.9%를 기록했다.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에 이은 3위다.

같은 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강세를 보였다. ‘안철수-김기현’ 양자 대결 시 안 의원은 49.8%, 김 의원은 39.4%를 기록했고, ‘안철수-나경원’ 대결에서는 안 의원 52.9%, 나 전 의원 33.7%로 조사됐다. ‘김기현-나경원’ 구도에서는 김 의원 46.3%, 나 전 의원 35.1%였다.

이에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에게는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 측은 친윤계와 갈등을 빚은 반면, 안 의원 측과는 ‘수도권 당대표론’에 대한 ‘가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어서다.

안 의원도 이날 나 전 의원의 표심 향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 전 의원께서 원하시는 방향들이 수도권에서 승리 아니냐”며 여지를 남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불출마 영향을 준) 김기현 의원을 찍을 수 없다”며 “안철수 의원에게 급속도로 표가 붙게 될 것”이라고 봤다.

‘반윤주자’ 유승민 막판 변수…金·安 양자구도 흔들까

마지막 변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여권 내 대표적인 ‘반윤주자’인 유 전 의원은 전국적인 인지도와 더불어 강성보수와 차별화된 개혁 성향의 이미지, 이를 바탕으로 한 중도 확장성이 강점이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차기 당권주자에 대한 관심이 피어오를 당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변경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한 뒤 후보등록 시한 직전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 정치적 소명이 맞느냐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고 확신이 들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친윤’을 자임하는 김·안 의원에 비해 선명한 반윤주자로서 3자구도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반윤주자의 이미지로 계속 가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기서 접으면 지지층 여론조사에 지금 나오고 있는 8~10% 정도의 성적표가 자기 성적표가 된다”며 출마설에 힘을 실었다. 이어 “본인이 잘하면 당원투표에서 그것보다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며 “(출마를 해야) 본인이 다음 진로를 계획할 때 거기에 맞춰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이은 친유승민계의 이탈과 컷오프(예비경선)에 대한 부담은 넘어야 할 벽이다. 유 전 의원의 지역구를 이은 강대식(대구 동구을)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신원식(비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초선 의원 성명서에 이름 올리면서 친윤계 합류를 암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2월10일쯤 치러질 컷오프(예비경선)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후보에 밀리고 난 뒤 첫 선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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