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와 고금리에 서민 지갑 닫아
4분기 민간소비 성장기여도 마이너스
한은, 올 성장률 1.7%서 하향 전망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 -0.4%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과 수입이 둔화된 가운데 고물가와 고금리에 허덕이는 민간도 지갑을 닫으면서 2년 반 만에 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2.6%에 부합했지만 올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반도체경기 악화 등으로 수출 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민간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져 소비 위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난방비와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반등에 나서면서 물가 상승 역시 고점 가늠이 어렵게 됐다. 소비가 더 닫히면 내수에 따른 성장도 기대가 어렵다.
이에 올해 성장률이 1% 중반대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 소비침체가 이어질 경우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1.7%를 하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복 소비 끝났다…4분기 민간소비 성장기여도 마이너스=4분기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수출과 수입, 민간소비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에 기인했다. 3분기 1.1% 증가했던 수출은 4분기 -5.8% 감소를 기록했고, 수입은 같은 기간 6.0%에서 -4.6%로 떨어졌다. 2분기(2.9%)와 3분기(1.7%) 성장을 이끌었던 민간소비는 4분기 -0.4%로 주저앉았다.
3분기 GDP를 0.8%포인트 끌어올렸던 민간소비는 4분기 GDP를 -0.2%포인트 깎아내렸고, 순수출도 GDP를 0.6%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나마 성장을 이끈 것은 정부소비로 0.6%포인트 기여했으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로 나타났다.
4분기 성장은 민간보다 정부가 이끈 셈이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1.1%포인트로, 사실상 성장을 끌어내렸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2분기(-2.8%포인트)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로, 전분기보다 0.7%포인트 커졌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로 민간의 펜트업 소비가 많이 올라왔다가 4분기에 조정받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부동산거래가 위축되면서 이사 수요, 가전제품 수요가 많이 줄어 내구재 소비가 줄어든 측면이 있고, 지난해 10월과 11월 날씨가 따뜻해 의류 소비가 줄어들었다. 서비스는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회복된 부분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전날 내놓은 ‘금융·경제 이슈 분석’(2023년 1월) 자료에서 소매판매(재화소비 대용)는 지난해 10~11월 중 날씨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의복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1% 감소(3분기 대비 10~11월 중 평균의 증감률, 이하 동일)한 것으로 추산했다. 대면서비스업생산(서비스소비 대용) 역시 해외여행의 국내여행 대체, 높은 외식물가 등으로 펜트업 모멘텀(음식·숙박)이 기대를 하회한 데다 일시적 요인도 영향을 미쳐 0.3%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물가·고금리 여전…올해 성장도 안갯속=문제는 여전히 높은 물가와 금리로 올해도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소득이 줄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1% 감소를 기록했으며 국민총소득도 감소가 예상된다. 황 국장은 “지난해 1인당 달러화 기준 국민총소득은 환율이 크게 상승해서 2021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체감물가도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수준 자체가 일단 높고,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구매력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난방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돈 쓰는 게 망설여지는 것”이라며 “물가, 금리 등 소비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없어서 올해 소비가 지난해보다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도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당장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하향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해 4분기 지표가 안 좋았고, 올해도 이 같은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0%에서 0.7%로 낮췄다.
이처럼 경기 둔화 움직임이 커지면서 금리인상 사이클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달 말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긴축 기조를 쉬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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