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못 버려, 왜 버려” 혹시 내 옆집도?…‘쓰레기집’이 늘고 있다
뉴스종합| 2023-01-29 07:29
[위키미디어 커먼스, 유튜브 @MisakoStyle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집에 똑같은 커피잔이 27개나 나왔어요. 누굴 초대한 적도 없는데…”

일본에서 쓰레기를 포함해 버리지 못한 물건 등을 집에 어지럽게 쌓아놓는 이른바 ‘쓰레기집(ごみ屋敷·고미야시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좁아지는 주거 공간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 요인과 더불어 팬데믹(대유행) 이후 변화한 라이프스타일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1인·노인 가구가 급증하고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심화하면서 쓰레기 집 문제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피디아]

매체는 후지와라 하나라는 한 3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의 방은 뜯지도 않은 우편물과 상자, 옷과 책, 가방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발바닥은 먼지로 까맣게 변했다”면서 “그는 텔레비전에서 강도가 든 집을 보고 자신의 집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전했다.

쓰레기집 현상이 심화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1인, 노인 가구 증가가 꼽힌다. 지난 2020년 일본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상이 1인 가구이고, 65세 이상 인구의 경우 5분의 1이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특수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고레무라 토루 씨는 혼자 머물다 생을 마감하는 이른바 ‘고독사’와 ‘쓰레기 집’이 결을 같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고독사한 이들의 70%이상이 쓰레기 집에서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시다 미쓰노리 와세다대 교수 역시 고미야시키가 사회적 고립과 관련이 있으며,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은 1인 가구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를 구축해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일정한 수의 고미야시키가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고,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일찍 발견하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walkingaroundthestreetsofj6759 갈무리]

좁은 공간, 높은 노동강도 역시 쓰레기 집이 많아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도시의 1인가구 대부분이 매우 좁은 주거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느라 집안 환경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쓰레기 집 문제에서 젊은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무분별하게 물건을 많이 사고, 그것이 장시간 방치되면서 결국 집 안에 걷잡을 수 없는 쓰레기 더미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늘면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쓰레기 집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레무라 씨는 이를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플랫폼인 아마존을 빗대어 ‘아마존-야시키’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들은 물건을 주문하고서는 박스가 와도 뜯지 않는다”면서 “그런 상자들이 집에 계속 쌓이기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 집이 존재하는 지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집안 사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일본 환경부는 171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쓰레기 집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적 조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오는 3월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 집이 발생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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