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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작은 사치’? 지갑 열기 겁나네”…화장품 싹 다 오른다
뉴스종합| 2023-01-29 09:16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이 다음달 일부 뷰티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장인 이채영(32) 씨는 평소 눈여겨본 향수를 이달 안에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화장품이 더 비싸지면서 지난해 연말에 미리 안 산 걸 후회했다”며 “더 늦기 전에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해 화장대에 쟁여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부터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까지 전방위적으로 화장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화장품 가격이 무더기로 오른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뷰티제품 가격 인상 러시가 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향수 대명사인 니치향수 브랜드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flickr]

29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디올 뷰티는 다음달 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디올 뷰티를 대표하는 인기 향수인 ‘메종 디올’ 가격은 최대 14% 오른다. 영국 니치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 런던도 다음달부터 가격을 최대 9000원 인상한다.

이달 초에는 샤넬 뷰티가 립스틱,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등 주요 화장품 가격을 3~12% 올렸다. 이달 9일에는 에스티 로더 그룹이 자사 뷰티 고가 향수 브랜드인 ‘프레데릭말’의 국내 공급 제품 15종 가격을 인상했다. 에스티 로더 그룹이 전개하는 명품 향수 브랜드인 ‘르 라보’도 다음달부터 최대 10% 가격 인상될 예정이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도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어퓨, 셀라피 등 3개 브랜드의 제품 가격을 모두 올렸다. 이에 따라 미샤의 42개 제품 가격이 최대 13% 수준으로 인상됐다. 어퓨의 40개 제품과 셀라피의 5개 제품 가격이 최대 2000원 올랐다. 이달 2일 더샘인터내셔널과 잇츠스킨뷰티도 제품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미샤 플러스 명동 메가스토어점. [에이블씨엔씨 제공]

관련 업계에서는 원부자재와 인건비·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설명이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달이 바뀌는 게 무서울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장기적으로 화장품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화장품 기업들이 더 늦기 전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대해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주재료로 쓰이는 팜유(글리세린)와 오일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라며 “원가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조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화장품 사업에 사용되는 원재료인 글리세린의 매입 가격은 ㎏당 2297원으로 1분기(976원)에 비해 무려 235% 증가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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