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BNK·신한·우리금융지주 회장 모두 물갈이
尹·금융당국 일제히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제기
우리금융 내부에 인사태풍부터 몰아칠 듯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가동…이사회 대수술 예상
왼쪽부터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임종룡 차기 금융지주 회장 |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우리금융지주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물갈이 됐다. 특히 그간 지주 회장들의 ‘연임 공’식이 모조리 깨졌다는 점에서 이번 세대교체는 큰 의미를 갖는다. 금융당국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해 직접 거론하고 나서면서 차기 화살은 이사회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임추위 측은 "임 전 위원장은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 우리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로써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BNK금융그룹,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CEO가 모두 교체되면서 인선은 일단락됐다. 올해 유일하게 교체되지 않은 CEO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으로 9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
우리금융의 경우 금융지주사 중 차기 회장을 두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곳이다. 그간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결론이 났다"며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선 CEO인 손 회장의 책임이 명확하다"고 명백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임 의지가 강했던 손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한 것 또한 당국의 의지에 백기투항한 셈이다.
외부 출신 회장을 받아들인만큼 우리금융은 내부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의 출신 갈등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외부 출신이 와서 바꾸지 않는 이상 이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임 전 위원장은 회장 선출 경쟁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배경을 두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에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 통제를 가다듬는데 내부 치유 방법도 있겠지만 과도기를 맞아, 외부 수혈을 통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우리금융을) 다시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조합의 반발에도 우리금융 내 조직 변화, 내부통제에 대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측은 이에 대해 "간부 회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26일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
여기에 우리은행이 당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송 또한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이 용퇴 이후 개인적으로 징계 불복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아무래도 손 회장이 본인이 회장일 때는 (소송 여부 결정이) 결국 개인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서 "같은 결정을 내리더라도 (행정소송) 이해관계가 독립된 차기 우리금융 회장이 하는 게 공정해 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를 지적했던 임 전 위원장의 스탠스를 고려할 때 당국과 척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CEO 교체의 핵심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간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수차례 지배구조, 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왔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또한 지난달 30일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CEO 교체가 끝난만큼 지배구조 수술을 위한 차기 스텝은 이사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CEO들이 경영승계 프로그램이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성과보상위원회 등 각종 견제 장치를 만들어 놓고도 이사회 장악을 통해 이를 유명무실화 시킨 '참호구축' 문제가 거론되는만큼 이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되살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도출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나와야한다는데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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