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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없애더니, 이젠 집으로 가라네요” 믿었던 회사의 배신
뉴스종합| 2023-02-06 17:59
[123rf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중소게임사에 다니던 30대 직장인 A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A씨는 “처음엔 복지 혜택을 야금야금 줄이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결국은 회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했다”며 “대기 발령 신세가 되니 눈치가 보여 제 발로 나오게 됐지만 이게 정리해고가 아니고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게임업체 직원인 K씨는 “재택근무 없애더니, 출근 하자마자 갑자기 집으로 가라고 한다”면서 “한순간에 실직자가 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 ‘억대 연봉’ 인상 릴레이 열풍이 불었던 게임업계에 이번엔 ‘고용 한파’가 불어 닥쳤다. 경기 침체와 신작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구조 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국내에 이어 해외 법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비개발직책을 중심으로 북미법인 엔씨웨스트의 인력 20% 가량을 감축했다. 이와 더불어 제프리 앤더슨 엔씨웨스트 최고경영자(CEO)도 사임했다. 엔씨소프트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도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정리하며 해당 사업실 팀원 70여명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권고사직(희망퇴직)을 제안한 바 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체질개선 ‘칼바람’은 비단 엔씨소프트에만 불어닥친 것이 아니다.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도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착수했고 크래프톤은 오는 3월부터 조직장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게임사일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쿠키런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접으며 직원 30여 명을 인사 조치했다. 모바일게임 ‘그랑사가’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픽셀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일부 인력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복지 혜택도 축소했다.

이들 기업이 취하는 표면상 형식은 체질개선을 위한 조직개편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정리해고에 가깝다. 팀, 사업부 등을 없애고 소속 인원을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지만 이들이 모두 새 업무에 적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직무로 전환 배치될 시에는 ‘떠밀리듯’ 퇴사를 할 수밖에 없다.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흡연구역에서 직장인들이 흡연을 하고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게임업계에서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억대 연봉 인상 릴레이 열풍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늘어난 인건비가 수익성에 부담이 된 가운데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닥치며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체질개선에 나선 넷마블 등은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 기록이 예상되는 곳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게임업계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 폐지 등 복지혜택 감소가 구조조정 ‘신호탄’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개발자는 “재택근무 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아예 집에서 쉬라는 소리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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