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아가 고모부 칼릴 알사와디 품에 안겨있다. 아기는 퇴원하면서 고모에게 입양됐다. [AP]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폐허가 된 비극의 현장에서 태어나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아가 고모에게 입양됐다.
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택 잔해더미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채 구조돼 '기적의 아기'로 불렸던 신생아가 지난 18일 병원에서 퇴원해 고모집으로 입양됐다.
이 여자 아기는 그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아랍어로 신의 계시, 기적을 뜻하는 '아야'(Aya)라고 불리다가 입양되면서 숨진 엄마의 이름 '아프라'를 물려받게 됐다.
아프라는 구조 당시 숨진 어머니와 탯줄로 이어진 상태였다. 구조대원이 아이를 안고 나오자 근처에 있던 한 이웃 여성이 탯줄을 끊어줬다.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아가 지난 7일(현지시간)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 |
아기가 구조되던 순간이 담긴 영상은 전세계로 퍼지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아프라는 병원으로 옮겨져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부모와 4명의 형제자매 등 직계가족은 이번 지진으로 모두 사망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각국의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입양 문의를 했다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아기의 고모와 고모부는 직접 아기를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고모네 또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막막한 상황이지만 고모부는 아기가 행여나 납치될까봐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유전자 검사를 거쳐 아기와 고모가 친척 관계임을 확인했다.
아프라를 입양한 고모부 칼릴 알사와디 아프라를 품에 안고 있다. [AP] |
고모부인 칼릴 알사와디는 "아기는 이제 내 자식 중 하나"라면서 "내 아이들과 이 아기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더 애틋하다"면서 "아기의 숨진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아기를 돌본 의료진은 아기가 퇴원하는 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한 의료진은 아기는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간호사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를 연이어 강타한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금까지 4만6000여 명이 사망했다. 최초 지진 이후 여진만 6000차례가 넘었고, 지진 발생 2주일 만인 20일 규모 6이 넘는 지진이 또다시 발생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8명이 숨지고 680여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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