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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강남으로 전학갔어요”…대치행 탄 맹모들 [부동산360]
부동산| 2023-02-25 06:21
공급이 많아지는 강남 학군지 전셋값이 하락하자 '전세 갈아타기' 수요도 늘고 있다[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A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층이 본인 가구를 제외하고는 비어있다. 전세가가 속절없이 떨어지자, 전세로 살고있던 이웃들이 모두 강남 학군지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강남권 전셋값이 높아 교통이 인접한 곳에 전세를 살던 '맹모(부)'들이 전세가 하락이 심화된 현 시점에서 이동을 결심한 것이다.

#. 두 아이를 둔 B씨도 서초구 반포동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중이다. B씨는 “강남쪽 전세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내년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반포 부근 아파트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 상급지로 이동을 마음먹은 C씨도 “초등학교 자녀를 위해 지금 살고있는 곳 근처 학군지로 매수를 할 예정인데, 거주는 전세가 떨어진 대치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 학군지의 전셋값 하락이 심화되자 이를 강남 입성 기회로 삼으려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실제 강남 학군지의 전셋값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2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이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97% 하락했는데 서초(-12.15%), 강남(-15.93%), 송파(-17.87%) 등 강남 3구의 경우 하락률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 지역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만큼 전셋값 하락폭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상황이다. 단지별로 보면 17억원까지 갔던 도곡렉슬 전용 59㎡ 전세 매물은 이달 6억5000만원에 손이 바뀌었다. 개포 우성1차 전용 127㎡ 전세 매물도 최고 22억원에서 8억원으로 급락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최고 18억5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반포자이 전용 59㎡는 16억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각각 60%대 하락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27%가 강남에 집중될 예정이다. 당장 이달 말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8월에는 반포에 신반포3차·2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입주 시점에는 수분양자가 잔금 납부 등을 위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세 상급지 이동’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군을 염두에 둔 이동이 3월 초까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강남 학군지 이동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의 하락이 두드러지자 급전직하하던 전세 계약 비중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에서 체결된 전월세 신규계약에서 전세의 비중은 57.8%( 4752건)으로 직전달보다 11.9%포인트 늘어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지난달 송파, 강동 등을 중심으로 전세 신규계약이 늘면서 직전 월 대비 거래건수와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며 “최근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고, 전세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 거래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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