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현대차 생산직에 관심 갖는 대기업·공기업 직원들
뉴스종합| 2023-02-27 11:53

“출근해서 회의하고, 머리 싸매고 살기 싫어요. SKY(서울·고려·연세) 대학교 공학석사인데 지원서를 낼까 고민 중입니다.” (블라인드, 반도체 회사 재직자)

현대자동차가 총 400명 규모의 기술직(현장 생산직) 신규 채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취업카페 등 직장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채용공고가 나오기도 전에 관련 수험서는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기술직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업계는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으로 여겨졌던 기술직에 대한 위상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돌풍은 서점가를 강타했다. 서원각이 내놓은 ‘2023 현대자동차 생산직 채용 필기시험’ 교재는 인터파크 도서 ‘수험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예스24가 16일부터 22일까지 집계한 ‘취업 분야’ 도서 판매량 순위에서도 현대차 생산직 수험서 총 3권이 각각 3위, 6위, 8위에 올랐다.

블라인드에는 공기업과 대기업 재직자들의 문의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 합격과 현대차 기술직을 견주거나, 현대차 합격 비결을 묻는 글이 인기게시물에 올랐다. 취업뽀개기·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등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현대차 채용 조건을 묻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은 기술직 채용에서 학력 등 제한조건을 두지 않고 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업이 기술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지원을 배제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내놓은 영향이다. 실제 기아도 지난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앴다. 대졸자와 기존 다른 사업체 경력자들이 대기업 기술직 채용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의 전언이다.

기술의 발달로 기술직의 업무 강도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자동차 생산 현장은 로봇과 고도화 한 생산 라인을 활용해 제품 조립이 이뤄지면서 근무 강도가 낮아졌다. 현대차그룹도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에 도입하고, 지난해 이포레스트 시범공장을 선보이는 등 생산 과정 고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원자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정유회사인 S오일, LG전자·삼성전자 등 다양한 생산직에도 몰리고 있다. 작업 위험도가 개선됐다는 인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 강도도 그렇지만, 단순 노무직이 많아져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기 쉬워졌다는 말이 많다”며 “일부 완성차 기업에서는 고령의 경력직이나 대졸 지원자가 합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성우·김지윤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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