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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택한 尹대통령…강제징용 협상‧한일정상회담 등 ‘日결단’ 압박
뉴스종합| 2023-03-02 10:14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첫 3·1절 기념사의 방점을 일본에 대한 ‘사죄 요구’ 대신 ‘미래’에 찍으면서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점쳐지는데 따른 것이다.

2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전날 3·1절 기념사를 두고 외교 당국간 강제징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한일 관계개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강제징용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암묵적으로 일본 측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외무성에서 관련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 방한한데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지난달 28일 피해자 유족측과 처음으로 단체 면담을 했다.

아직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양국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지만, 양국 정상간 관계 개선 의지가 큰 만큼 이번 기념사가 협상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강제징용 협상과 맞물려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도 급물살을 탈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될 경우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 이전에 윤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내달 말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짧게라도 방일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후 약 4년 만이 된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강제징용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다.

다만,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복수의 관계자는 “지금 답할 수 없는 문제”, “목표 시점을 정해놓고 협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과거사’, ‘역사 인식’, ‘사죄’, ‘반성’ 등의 표현은 없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독도 등 구체적인 한일 양국간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매우 지지한다(very much support)”며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해 일본과 더 협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하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할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일본 언론들은 일본을 파트너로 평가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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