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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출산휴가 아직 20%대…일·삶 균형, 턱없이 부족 [저출산 0.7의 경고]
뉴스종합| 2023-03-11 08:31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육아휴가 제공비율이 2020년 기준으로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는 2012년 대비 오히려 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지금까지도 육아·출산휴가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기존 인센티브 제공 중심의 한 재정 투입에서 벗어나 ‘일과 삶 양립’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먼저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가통계포털(KOSIS) 여성 출산·육아휴직 제공 및 혜택 여부 통계에 따르면, 출산휴가가 ‘제공된다’고 답한 비율은 2012년 27.9%에서 2020년 22.8%로 감소했다. ‘받았다 혹은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9%에서 41.9%로 격감했다.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받지 못했다 혹은 받을 수 없다’ 답한 비율은 16.8%에서 51.5%로 증가했다. 여성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육아휴직도 상황이 비슷하다. 육아휴직이 제공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27.6%에서 2020년 27.4%로 줄었다. 역대 정권이 모두 저출산대책을 강조했지만 실제 지표상으로는 개선 움직임이 전혀 없다. 받았다 혹은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오히려 78.6%에서 40.8%로 줄었다. 받지 못했다 혹은 받을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19.5%에서 54.8%로 상승했다. 출산휴가와 마찬가지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44%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54.3%,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 59.9%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의 경우에는 남녀 직장인 43.1%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여성은 50.2%, 비정규직은 56.0% 로 더 높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저출산대책에서 빠지지 않고 중요성이 강조된 제도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동안 제도가 전혀 정착되지 못했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선진화되지 못했고 이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출산(유·사산) 전후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또 출산 휴가 중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때문에 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해선 출산장려금 등을 지급하는 기존의 인센티브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출산과 육아환경 개선을 위한 일(노동)과 삶의 균형 등 사회적 환경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의 안정, 여성의 ‘독박 육아’를 개선하기 위한 남녀 육아휴직제 정착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 환경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최혜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불이익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게다가 실제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때문에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면서 사용자는 마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유를 만들어내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해고가 부당해고인지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오라고 하며 조사를 유보한다”며 “노동위원회 절차와 별개로 노동청은 판단을 미루지 말고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그 자료를 노동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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