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SVB 여파 어디까지” 사라진 청정 기술 ‘자금줄’…바이든 기후 의제도 ‘빨간불’
뉴스종합| 2023-03-14 17:01
지난 2019년 대선 후보 당시 뉴햄프셔의 한 지역 태양광 발전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워싱턴포스트는 친환경 기술 스타트업들의 핵심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전환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미국의 은행 금융 시스템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필두로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전환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SVB가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자 특히 친환경 기술 개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만큼, SVB의 부재로 친환경 기술업계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최신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생산에 관련된 스타트업 중 절반 이상이 SVB와 거래하고 있으며, 이들 스타트업 중 일부는 투자금을 넣어둔 SVB가 폐쇄되며 손 쓸새 없이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금융 당국이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나서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가슴 철렁했던 순간을 겪은 업계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기후 기술 스타트업을 주고 컨설팅하는 애드혹 그룹의 짐 카프시스 고문은 “종말을 막 피한 것만 같았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창업 포트폴리오의 대규모 사망으로 끝날 수 있는 실존적인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자금줄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금에 목 마른 친환경 기술 스타트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높다. 특히나 SVB의 지원이 친환경 기술업계의 생태계를 떠받쳐 온 만큼 SVB의 상실로 업계 전체가 위기에 놓일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SVB가 다른 어느 금융기관보다 기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지원에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시멘트 제조 탈탄소화 기술을 개발하는 서브라임 시스템즈의 리아 앨리스 CEO는 SVB를 ‘친환경 기술 스타트업의 최고의 은행’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들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있었으며, 이제 우리가 잃은 SVB의 자리를 채워야만 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업계는 SVB 파산으로 친환경 기술사업으로의 투자금 유입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VB 파산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넘어 전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전반의 투자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카프시스는 “많은 투자자들이 거시 환경 변화를 보기 위해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지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태양광 프로젝트들도 SVB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 태양열 프로젝트의 60% 이상을 SVB가 자금을 대거나, 자금 지원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SVB가 대형은행들이 지원을 꺼리는 번거로운 소규모 태양열 개발에 주로 대출을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지역 태양광 발전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르카디아 파워의 키란 브라트라주 CEO는 “또 다른 금융 기관이 개입을 하겠지만, 태양광 프로젝트들과 다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 기간동안 관련 프로젝트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보류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금융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친환경 기술업계로의 투자금 유입을 더욱 안정화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군다나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에 맞춰 기후 의제에 대한 금융 기관들이 지원이 늘고 있는만큼, SVB의 파산이 에너지 전환을 극적으로 둔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생 가능 전력 회사 오르스테드의 바룬 시바람 부사장은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금 보안과 같은 위험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하지만 당국이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음으로써 우리는 기후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비즈니스와 기술 확장이라는 중요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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