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연금 수급 62→64세로? 마크롱 하야하라"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시위 격화
뉴스종합| 2023-03-18 08:39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8차 연금개혁 반대 전국 시위 및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 하원과 상원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 최종안을 도출했다.[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프랑스 정부가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BFM 방송 등에 따르면 파리, 마르세유, 낭트 등 24개 도시에서는 전날 오후 예고도 없이 열린 시위에 6만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하원에서 연금 개혁 법안 표결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자발적으로 길거리로 나왔다.

정부가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하원 투표를 건너뛰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격분한 것이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파리(1만여 명)에서는 하원 맞은편에 있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애초 평화롭게 시위가 펼쳐지다가 오후 8시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장 중앙에 있는 오벨리스크 복원 공사 현장에 누군가 불을 질렀고, 경찰은 돌을 던지는 등 폭력을 사용하는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시위자들은 "마크롱 하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 맞섰고, 길가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을 파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열린 광장뿐만 아니라 쓰레기 수거업체 파업으로 파리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통과 주차된 차량에 불이 붙기도 했다.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우리는 49.3(헌법 49조 3항에 따른 의회 패싱)을 원하지 않는다", "마티뇽(총리실)을 불태우자", "분노가 극에 달했다" 와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건물에 페인트를 뿌리거나, 은행, 옷 가게, 전자제품 판매점 등을 약탈하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연금개혁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16일(현지시간) 소방대원들이 파리의 한 거리에서 반발시위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정부가 의회 투표 없이 입법할 수 있는 헌법 49조 3항을 근거로 삼아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개혁 법안을 바로 입법하기로 했다. [연합]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이른 아침에는 약 200명의 시위대가 파리 순환도로의 교통을 차단했고, 보르도에서는 십 수명이 주요 기차역 선로에서 시위를 벌였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RTL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전날 파리에서 258명을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31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르마냉 장관은 디종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보른 총리, 장관들의 모형이 불에 탔고 공공건물들이 표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주요 노조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쟁의를 예고하고 있어 연금 개혁 반대 시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분야 노동자들은 18~20일 중에 프랑스 최대 정유소 중 한 곳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운수 노조와 교사 노조도 다음 주 파업하기로 했다.

프랑스 야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패싱'에 맞서 절차에 따라 불신임안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불신임안은 하원 577석의 과반인 289석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일단 부결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르네상스 등 집권당이 250석을 보유한 데다 61석을 지닌 중도우파 공화당도 불신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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