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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가계 살림살이...저소득층 적자 커졌다 [적자 늪 한국경제]
뉴스종합| 2023-03-19 12:00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저소득층 가구의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냉·난방비, 교통비 등의 지출이 늘어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금리는 올라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도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9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이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증가한 금액이다. 근로소득이 312만1000원으로 7.9% 늘었지만, 사업소득은 101만8000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사업소득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은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던 각종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이전소득은 5.3% 감소했다.

소득이 4% 이상 늘었지만, 가계 살림은 더욱 악화했다. 소득 증가분보다 물가 상승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7~9월)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0.2%(7000원)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1% 상승하는 등 명목임금 인상률(4.9%)을 뛰어넘으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통장에 찍힌 월급은 늘었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지출이 크게 늘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이 큰 폭 늘면서 35만원 적자로 살림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전년 대비 6.4% 늘어난 362만5000원을 기록했다. 소비지출(269만7000원)이 5.9% 증가해 4분기 기준으로 2009년(7.0%)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4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고물가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실질적인 소비지출은 둔화했다는 의미다.

지출 품목을 보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1년 전보다 6.0% 증가했고,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냉·난방비가 포함된 연료비 지출이 16.4% 급증했다. 연료비 지출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폭이다. 난방비 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교통비도 만만찮게 늘었다. 자동차 기름값 등이 포함된 운송기구 연료비가 9.1% 뛰면서 교통비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항공요금을 포함한 기타운송비 지출은 56.5% 급증했다. 길고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부활동이 늘어 오락·문화(20.0%), 음식·숙박(14.6%), 교육(14.3%)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물가가 급등한 탓에 지출이 늘어 적자가 지속되면 일반 가계에선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실제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가계 적자가 지속되자 세금이나 이자 비용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92만8000원으로 8.1% 증가했다. 이는 4분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1월 0.25%이던 기준금리를 12월 말 4.50%까지 끌어올리자, 우리나라 각 가계 이자비용 지출은 28.9% 솟구쳤다.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기타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폭이 컸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4분기 390만5000원으로 3.2% 증가했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전년동기 대비 2.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도 30.9%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이 더 컸다. 실제 1분위 가계수지(-35만원)는 전분위 중 유일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5분위 가계수지는 374만원 흑자였다. 다만 흑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10만원 감소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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