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정치판에 강제소환된 文…민주 “文 진의 뭔가” vs 국힘 “섭정 그만”
뉴스종합| 2023-03-21 09:36
지난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만남을 갖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판에 ‘강제 소환’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당내 계파갈등이 장기화된 가운데, 문 대통령 ‘전언(傳言)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뜨거운 해석 논쟁이 벌어지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 같은 상황을 “섭정”이라며 꼬집었다.

21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인사들의 전언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퇴임한 전 대통령이지만 여전히 당내 최고 영향력을 지닌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이 ‘이재명 체제’ 민주당 운명을 가를 주요 변수라고 여겨지면서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문 전 대통령의 “단합” 메시지를 강조해 이 대표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비명(비이재명)계는 “결단”에 방점을 찍고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하려는 모습으로, 각자 ‘아전인수’격 해석을 늘어놓는 형국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재소환 된 것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언급에서부터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일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밝히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정도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즉각 논쟁이 불붙었다. 당내 대표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지난 17일 밤 CBS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역시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도 지난 17일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고 밝히면서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박 의원이 전한 문 대통령의 말은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일주일만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바뀐 것이냐는 혼란도 이어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공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연합]

논란이 거세지자 박 의원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20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말씀은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당이 단합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는 (문 전 대통령) 말씀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내용을 그렇게 (페이스북에)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보는 거냐, 저렇게 보는 거냐 하는데, 해석이야 자기 맘대로지만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거대야당의 섭정 노릇”이라며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퇴임 대통령이 거대야당 섭정 노릇을 해서야 되겠나”라며 “책방을 냈다고 광고하면서 사람의 거두를 흉내내더니, 이제는 ‘양산대원군’까지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잊힌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으면서도 퇴임 이후 행보는 정반대”라며 “이런 행보의 본질은 권력 유지다. 지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 존재감을 기반으로 민주당을 쥐고 흔든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역성이 바로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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