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젤리·캔디에 밀려 껌이 안 보인다
뉴스종합| 2023-03-21 11:10

“운전대 옆 껌통도, 식당 앞 껌도 요즘 안 보이잖아요. 지난해엔 한 번도 안 산 거 같은데요.”

껌 씹는 자, 귀해졌다. ‘씹는 맛’ 자랑하던 껌의 자리를 과즙과 식감으로 무장한 젤리·캔디류가 대체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껌·캔디·젤리류 총매출에서 2018년 25% 가까이 차지했던 껌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10% 초반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기준 GS25의 껌·캔디·젤리의 비중은 각각 11.2%, 41.3%, 47.5%였다. GS25와 CU 모두 2020년부터 껌의 매출이 10%대로 내려왔다. CU도 껌·캔디·젤리 중 껌의 매출 비중은 2018년 25.4%에서 지난해 12.3%로 하락했다.

앞으로는 한 자릿수 매출 비중을 사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껌 시장 규모는 2015년 3210억원에서 2020년 2540억원으로 21% 줄었다. 2025년에는 2500억원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소비자에게 껌을 찾지 않은 이유는 물어보니 이들은 뒤처리, 껌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배경으로 들었다. 껌의 대체재가 많아진 탓도 있었다. 껌을 사지 않은 지 5년 이상 됐다는 직장인 조모(25) 씨는 “달달한 과일 맛이랑 입 냄새 제거를 위해 껌을 먹었다면 요즘엔 민트향 캔디도 있고 젤리도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다”며 “맛있게 먹고 입안에서 끝내기 좋은 젤리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편의점 매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매대에는 10여 종의 껌이 계산대 밑에 놓여 있었다. 제품의 위치는 제품의 위상을 반영한다. ‘굽혀야만’ 고를 수 있는 껌과는 반대로 옆 벽면에는 서서도 눈에 잘 띄는 80여 종의 젤리·캔디가 진열돼 있었다.

아이에게 껌을 주지 않는 경향이 커진 탓도 있다. 7세 아이를 키우는 30대 직장인 신모 씨는 “최근 껌으로 풍선을 하도 불고 싶다고 해서 한 번 줬는데 아이가 삼켜서 앞으로는 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껌의 감미료와 향료는 소화과정에서 위산에 의해 녹고 고무 재질의 기초제는 몸속에 체류하다가 배출되기 때문에 삼켜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어린아이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뱉을 것을 권고하는 만큼 아이에게 껌 자체를 주지 않으려는 부모가 적지 않다. 간식으로 껌 대신 젤리나 캔디를 섭취하게 되면서 아이 입장에서도 젤리를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 셈이다.

이런 사이 틈새를 뚫고 성장하는 제품은 자일리톨이 들어간 기능성 캔디와 젤리류다. CU에서 판매된 최근 3년간(2020~2022년) 무설탕 기능성 캔디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6%, 11.5%, 22.3% 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서도 지난해 판매된 자일리톨 캔디 매출은 2020년 대비 10% 늘었다.

여기에 전통 강자로 자리매김한 젤리류는 풍부한 과즙과 식감으로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스틱으로 모양이 한정돼 있는 껌과 달리 과일의 생김새·향·맛과 유사하게 만든 젤리의 고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오리온이 2021년 출시한 ‘마이구미 알맹이’ 시리즈의 경우 포도, 자두, 리치 등 과일 고유의 속살 식감을 구현해 마이구미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포도 알맹이’ 제품의 경우 엄지손톱 크기의 알맹이가 마치 껍질을 벗진 씨 없는 포도알을 씹는 식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청포도농축과즙 4%, 포도농축과즙 1.8%가 들어가 있어 수분감도 느낄 수 있다.

한 때 일상의 습관처럼 여겨지던 ‘껌 씹기’가 소수의 이야기가 돼가지만 업계에서는 반등을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제과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리도록 시도 중이다. 오리온도 파인애플·레몬·라즈베리, 3가지의 과일 향을 넣은 ‘와우 레인보우’를 이달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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