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크레디트스위스, 야쿠자·독재자 ‘검은돈’ 세탁도
뉴스종합| 2023-03-21 14:49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UBS가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크레디트스위스(CS)는 경쟁사인 스위스 UBS에 인수되며 자취를 감췄지만 오히려 그동안의 뒷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스위스 은행이 갖가지 스캔들에 얽혔던 것에 더해 심지어는 독재자와 범죄조직의 불법자금도 취급해왔다는 폭로가 이어진다.

21일 스위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1980년대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그의 아내 이멜다는 가명을 사용해 CS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20여 년간 대통령을 지낸 마르코스는 대통령 재임 중 필리핀 국고에서 5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100억달러·약 13조980억원)에서 12조4728억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현금의 일부가 CS에 보관되어 있었다.

1990년대에는 나이지리아 군사독재자 사니 아바차의 아들들도 CS에 약 2억14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2643억2425만원) 상당의 자금을 넣어뒀다. 아바차는 나이지리아 국민에게 써야 할 5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5조9838억 원)의 자금을 부정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집트에서 2011년까지 30년간 대통령을 지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아들과 우크라이나 전 총리 등도 CS에 계좌를 갖고 있었다. 이들 대형 고객은 범죄 경력이 있거나 커리어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CS는 문제 삼지 않고 받아왔다.

문제는 독재자들이 국고에서 큰 돈을 빼돌리면 본래 국민에게 써야 할 재원이 없어져 국민들이 큰 손실을 입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CS가 돈의 출처를 알고도 계좌를 제공했다면 독재자에 가담해 그 죄를 조장해 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CS는 또 세계 범죄조직도 지원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불가리아 마약조직은 크레디트스위스에 보유한 계좌를 통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행위로 수익을 올리는 이 조직은 최소 1억46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596억480만원)를 돈세탁했다. 당시 CS는 이를 방조한 것이 들통나 검찰에 기소됐던 전력이 있다.

일본 야쿠자도 CS의 고객이었다. 스위스 언론 ‘스위스 인포’에 따르면 2003~2004년까지 경찰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파 계열 불법 사채업자 6명을 체포했다. 주범격이었던 가지야마 스스무는 CS에 계좌를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1999년에는 일본 금융당국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CS의 도쿄 계열사 크레디트스위스파이낸셜프로덕츠는 영업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금융청이 이 회사가 60여 개 일본 기업의 손실 은폐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조사하자 이 회사 도쿄지점장이었던 야마다 신지가 관련 서류를 분쇄기에 갈거나 외국으로 보내는 등의 방해를 벌였다.

그 외에도 CS의 스캔들은 끝이 없다. 미국·독일·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 등 국가 고객의 탈세를 지원해 왔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각국 세무당국에 계류돼 벌금 등을 물어왔던 화려한 이력이 남았다.

think@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