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해외 은행의 폐쇄와 위기와 관련된 뉴스가 숨가쁘게 전해지고 있다.
작금의 은행위기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던져 주는 교훈들은 적지 않다.
첫째, 이번 사태는 한 은행의 문제가 금융시스템의 다른 부문으로 전염되기 쉽다는 고전적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한 은행의 문제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기 쉬운 것은 서로간에 대차로 얽힌 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은행의 문제가 비슷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다른 은행의 예금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당국 대책의 요체는 불안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있다.
사후적으로 예금보험보장 범위를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사전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둘째, 은행 리스크지배구조의 중요성이다. SVB의 경우 금리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주원인인데 그 근저에는 작년 9개월간 최고리스크관리자(CRO)가 없었다는 사실이 있다.
CS의 경우에도 지난 2년간 내부통제의 미비로 재무정보의 보고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의 효과적인 리스크지배구조 확립을 위해서는 이사회, CRO를 중심으로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현업부서의 리스크관리, 그리고 내부감사 및 내부통제에서 각각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셋째, 금융규제의 강도가 금융안정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는 맥락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의 범주를 자산 규모 5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2018년 도입됐다.
그 결과 SVB의 자산 규모가 2021년 말 2115억달러에 달했음에도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로 기본자본 의무보유비율이 낮아진 것도 SVB의 폐쇄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는 실버게이트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등 가상자산전문은행의 부실을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규제가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양면적인 연결고리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디지털화가 뱅크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고 예금 인출은 모바일뱅킹을 통해 쉽게 실현될 수 있다. 예전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뱅크런의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할지도 새로운 과제로 부각된다.
다섯째, 이번 은행위기에 직면한 정책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 자금뿐만 아니라 편법까지 동원하면서까지 민간 자본을 폭넓게 동원하여 납세자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당국이 금융안전망을 제공할 때 도덕적 해이의 최소화,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 납세자 부담 최소화 등 상충될 수 있는 정책목표를 어떻게 적절히 버무리는지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라도 그 속도에 적응하기 힘들게 된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 시 금융기관의 금리리스크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외 은행시스템의 불안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시스템의 취약점 내에 있는 잠재적 문제점들이 현재화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울러 이번 해외 은행위기 및 그에 대처하는 해외 정책당국의 대응을 교훈으로 삼아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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