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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사람으로 여는 반도체 강국을 기대한다
뉴스종합| 2023-03-27 11:17

이제는 익숙한 ‘반도체 패권’이라는 말은 국가 경쟁력에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 산업인지를 대변한다. 선진국들도 이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반도체시장은 그야말로 글로벌 전쟁터다. 그렇다면 반도체 패권 승패를 판가름할 열쇠는 무엇일까.

최근 반도체 공정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한 끝에 반도체의 크기는 초미세화되고, 동작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으며, 생산 규모는 대형화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작에 적용되는 물리적인 요소들이 복잡하고 다양해졌으며 그 기술 또한 더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인력이 ‘하드웨어엔지니어’다. 하드웨어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디자인을 실제 칩으로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인간이 생각해낸 반도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세계의 물리적인 요소(전압, 온도 등의 변화에 따른 반도체 동작 특성)들을 적용해 실제 칩으로 구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설계 분야의 중요한 요소다. 바로 이 기술로 탄생한 데이터를 사용해 삼성이나 TSMC 같은 기업에서 우리가 흔히 ‘반도체’하면 떠올리는 집적회로(IC)를 제작한다.

아무리 훌륭한 반도체 디자인이 있고, 최첨단 공정이 있어도 ‘하드웨어엔지니어링’기술이 없다면 그 반도체 디자인은 실제 칩으로 구현될 수 없다. 이 초거대 산업에서도 열쇠는 ‘기술’이고, 기술을 쥔 것은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IT업계에서 투자 대비 빠른 결과를 볼 수 있는 인터넷게임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었던 하드웨어 분야에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 자연스러운 결과다. 반면 대만에선 2000년 이후 지난 20여년간 TSMC와 함께 꾸준히 하드웨어엔지니어를 양성해왔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종합산업이다. 모든 분야에 고른 성장이 요구되지만 특히 반도체 설계 분야는 그야말로 인력이 재산이다. 대만과 비교한 것처럼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관련학과와 교수진이 전무했고, 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해졌다. 고육지책으로 기업들은 자체적인 막대한 비용의 투자를 통해 신입사원을 교육했던 실정이다. 이 과정은 기업들에 이윤창출을 위한 투자로서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은 신입사원들에게 다시 요구되는 수년의 교육훈련시간은 반도체 패권국가 달성을 늦추는 걸림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력양성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낀 반도체기업은 경쟁력 있는 반도체산업을 이끌고, 또다시 세계 수준의 반도체 전문인력이 뿌리 내리는 토양이 될 것이다. 반도체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던 지난해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도약의 필요성을 재조명하고 대대적인 전문인력 양성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기조에 발 맞춰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긴밀한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인력양성 체계를 준비하고 있어 반도체인으로서 기대가 크다.

반도체 패권의 판가름은 결국 사람이다. 전 세계의 훌륭한 반도체 디자인들이 대만의 TSMC가 아니라 우리나라 삼성에서 먼저 만들어지는 그날을 상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하드웨어엔지니어들이 그려갈 ‘반도체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설병찬 코아시아세미 전무(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 자문위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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