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단체 “전씨 귀국, 충동 아니라 생각”
  전우원, 귀국 후 연달아 5·18단체에 사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연행되기 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입국한 것에 대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단체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왔기에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28일 이기봉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씨가 자진 입국까지 한 모습을 보며 그의 행동이 일시적인 충동은 아니라고 본다”며 “본인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을 왔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전씨가 광주에 온다면 5·18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죄할 자리를 마련하고 5·18 민주묘지 참배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항에 도착한 전씨는 취재진 앞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가족·피해자에게 거듭 사과했다. 전씨는 인천공항에 입국 직후 취재진들과 만나 “저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민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민폐끼쳐서 죄송하고 수사에 협조해서 5·18 단체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가 5·18 유가족 및 피해자에 사죄할 경우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한 사례가 된다. 전두환 일가는 그동안 5·18 관련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망 당시 고 조비오 신부를 사자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5·18 단체는 전우원 씨를 계기로 전두환 일가의 반성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전두환 가족 각자가 마음의 빚이나 죄송함을 가지고 있어 당사자가 나서서 사죄를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이 계기가 돼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 사람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된만큼 전우원 씨가 빠른 시일 내로 광주를 방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전씨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하는 한편, 지인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마약 검사와 신문 결과를 종합해 체포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전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 방송과 발언 등을 토대로 전씨를 입건 전 조사를한 뒤 마약류관리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했다. 마약을 투약했다고 전씨가 함께 폭로한 지인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2명도 조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곧바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는 가족들이 ‘검은 돈’을 이용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그 과정에서 마약투약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 씨를 마약 투약혐의로 체포했다. 임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