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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 수장에게 듣다] “4월 ‘박스피’ 속 2500선 돌파 시도…2차전지 단기 급등 부담”
뉴스종합| 2023-03-31 09:20
서철수(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KRX) 서울 사옥 1층 로비의 모습. [신동윤 기자·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증권팀] 국내 ‘빅(Big) 4’ 증권사 리서치 조직 수장들이 연초 예상치 못한 급등세를 보인 후 횡보 중인 코스피 지수가 4월에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경우에 따라선 ‘마(魔)의 2500포인트 선’ 돌파를 위한 시도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며 ‘과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2차전지 관련주(株)에 대해서는 분명한 실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런 만큼 2차전지 관련 투자 비중을 조절하고, 테마주 이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2500선 돌파…“피벗 기대 4~5월 가능” vs “부담 커”

헤럴드경제는 31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리서치본부장)을 대상으로 4월 증시 전망과 국내 증시 현안에 따른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 봤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과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조심스럽게 코스피 2,500선 돌파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 본부장은 “4월 코스피가 2,350~2,55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 예상 밴드 상단이 2,600인 만큼 2분기 시작점인 4월엔 충분히 2,500선 돌파를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2,5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금리 인하) 기대감이 남아 있는 4~5월 중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 달 코스피 예상 범위로 2,200~2,500이라 제시했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4월에 당장 코스피가 2,500선을 넘기엔 부담이 크다고 봤다. 유 본부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 이익 턴어라운드(흑자전환)와 시장금리 하락세 등이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턴어라운드 기대도 지수 상승 전망엔 긍정적 재료”라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과 유 본부장은 각각 코스피 연간 예상 밴드로 2,000~2,600과 2,200~2,800을 제시했다.

1분기 실적 ‘바닥론’ 공감…“주가, 악재보다 호재에 더 민감할 듯”

4월에 잇따라 발표될 1분기 실적은 ‘바닥’을 지날 것으로 4개사 수장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서 센터장은 “경계심리로 눈높이가 낮은 만큼 1분기 실적이 발표될 4월 중순까진 주가 둔화가 예상된다”며 “매출·영업이익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신용경색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 본부장은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 예상보다 실적이 양호한 기업을 위주로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적에 대한 낮은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점도 변수란 분석도 있다. 오 본부장은 “지금은 실적 악화 초기가 안인 후반부인 만큼 부정적 뉴스에 시장이 익숙한 상황”이라며 “턴어라운드 신호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를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투자에 나서기 위한 선결 조건에 대해 4개사 수장들은 각양각색의 의견을 내놓았다.

유 본부장은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한국의 수출 개선이 선결 과제”라고 했다. 무역수지 개선을 통해 국내 주요 종목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돼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 센터장과 오 본부장은 환율 안정(달러 약세)이 필수 조건이라 짚었다. 여기에 윤 센터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 ▷시장금리 안정 ▷글로벌 경기 연착륙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반전) 추세화를 조건으로 꼽았다.

“美 연준, 연내 피벗 없을 것” vs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 피벗”

4개사 수장들은 2차전지 관련주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 산업 확장에 따른 2차전지 업체들의 대형 수주·생산 능력 증대 등의 구체적인 실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벌어진 단기 급등 현상을 모두 설명하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과도한 흐름 속에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언제 출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고, 윤 센터장은 “2차전지에서 반도체, 대형 인터넷·플랫폼으로 테마 중심이 전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이외에 성장성을 믿을 만한 대안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이 차익 실현 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었다. 오 본부장은 “이미 2차전지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적절히 비중을 조절해야 하며, 신규 투자자는 진입 시점을 조금 늦추길 추천한다”고 했고, 서 센터장은 “뚜렷한 대안이 부재한 국내 증시 대신 글로벌 증시 우량주로 시선을 돌려보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4개사 수장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발(發) 금융 위기의 급한 불은 끈 상황이라는데 동의했다. 다만, 서 센터장은 “지역 은행의 뱅크런(연쇄적 예금 출금) 가능성과 상업용 부동산 위축 간에 악순환 구조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현금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위험관리가 선행될 때라고도 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피벗에 대한 입장은 갈렸다. 유 본부장과 오 본부장은 연내 피벗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 반면, 서 센터장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미 연준이 선제적·보험적 차원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시장의 우세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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