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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주총으로 인수전 마침표…이수만 지우고 'SM 3.0' 본격화
라이프| 2023-03-31 09:22
SM엔터테인먼트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사상 유례없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마침내 최종 수순을 밟는다. 하이브의 양보로 경영권을 얻은 카카오가 무사히 1대 주주로 오르고,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추천한 인사들이 사내외 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31일 가요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D타워에서 열리는 ‘제 28회 SM엔터테인먼트 정기주주총회’에서 SM 현 경영진 측 추천 이사들이 이변없이 이사회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철혁 SM 이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 주총서 사내외 이사 이사회 입성 전망

SM 현 경영진은 사내이사 후보로 장철혁 SM 최고 재무 책임자(CFO), 김지원 SM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SM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제안했다.

장철혁 후보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다. 최근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선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를 대신해 향후 SM의 굵직한 미래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SM 최고 재무책임자(CFO)이자 회계, 세무, M&A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SM은 “SM 3.0 전략 수행을 위한 재무 효율성 증대, 투자 의사결정 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비쳤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주총회에선 장 후보가 대표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지원 후보는 20년 이상 언론과 미디어 네트워크, 팬클럽 운영 관리를 다룬 전문가다. SM의 지식재산권(IP) 수익화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최정민 후보는 SM 3.0의 핵심 과제인 글로벌 전략을 맡는다.

새 경영진은 카카오와 하이브가 합의한 플랫폼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 실현을 비롯해 향후 SM 3.0의 현실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의 플랫폼 협력엔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이 논의되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 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민경환 블로코어(Blocore) 파트너 ▷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총 6인을 선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추천했다.

이성수·탁영준 현 공동대표를 포함한 현 사내이사 전원은 연임없이 모두 물러나 음반 제작 일선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현장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총괄은 SM 지분 18.45% 중 14.8%를 주당 12만 원에 하이브에 매각했다. 현재 SM 지분 3.65%를 보유 중이다. 최근엔 문재웅 변호사를 이번 SM 주총의 검사인으로 선임, “진행 및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 3.0, 다시 한 번 도약할 K-팝 종가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K-팝 종가’ SM은 다시 한 번 도약한다. 경영권 분쟁 동안 끊임없이 강조한 ‘SM 3.0’의 본격화가 착실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SM 3.0’의 핵심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 대표된 ‘1인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레이블과 제작센터 체제의 도입이다. SM은 “5개 제작 센터와 가상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글로벌 제작 센터에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음악 퍼블리싱(출판) 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한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 활동 아티스트(가수) 수 21팀 이상 ▷ 연간 음반 출시 횟수 40개 이상 ▷ 연간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 연간 공연 횟수 400회 이상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주가 36만원, 매출 1조8천억원, 영업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M 3.0의 구체화와 현실화를 위한 가장 든든한 아군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앞서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SM은 음원, 음반 제작 유통과 공연을 넘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IP 라이선싱 사업, 각종 MD(굿즈) 등의 2차 IP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자신들의 플랫폼에 SM의 슈퍼 IP를 실어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한다. SM의 소속 아티스트가 가진 독창적인 세계관과 이들을 하나로 연결, ‘K-팝판 마블’을 연상케 하는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가 카카오엔터의 웹툰, 웹소설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MCU 세계관은 SM 소속 아티스트의 개별 팬덤만이 아니라 이들을 SM 팬덤인 ‘핑크 블러드’로 이끌며 결속력을 강화하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해외 투어 중인 NCT127을 비롯해 4세대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비비지, 전통의 힙합강자 에픽하이 등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가수들이 컴백을 앞두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 최대주주 카카오와의 협력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점은 글로벌 시장 확대다. 1세대 K-팝 그룹인 H.O.T와 보아를 시작으로 일찌감치 아시아 전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SM은 카카오와 함께 북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의 방탄소년단, YG의 블랙핑크, JYP의 스트레이키즈가 꾸준히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이는 최근 몇 년 사이 SM은 다소 약세를 보였다. SM의 경우 2019년 슈퍼엠이 K-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이후 굵직한 성과는 없었다.

카카오는 SM의 갈증을 해소해줄 파트너다. 발 빠르게 북미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지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Kakao Entertainment America)와 소니뮤직 산하의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가 파트너십을 최근 체결, 다음 달 10일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카카오 산하 레이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브(IVE)의 북미 진출 등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맡는다. 컬럼비아 레코드는 비욘세, 아델, 해리 스타일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은 물론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의 미국 유통 및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카카오엔터 아메리카 대표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 전략담당 부사장(GSO)이 맡는다. 장 대표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이번 SM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른다.

SM은 카카오와 북미 지역의 합작 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해 시장 확장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엔 미주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신인그룹도 제작한다.

샤이니 온유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꾸준한 음반 발매, 콘서트 개최…이수만 지우기 시작

SM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소속 가수들의 앨범 발매와 콘서트 개최를 꾸준히 이어왔다.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흔들림 없이 이어오며 SM 3.0의 현실화의 첫 발을 이미 뗐다.

지난 2월 말 4세대 K-팝 그룹 에스파를 시작으로 샤이니 온유, 보아에 이어 4월 1~2일 레드벨벳까지 차질없이 콘서트를 열고 있다. 또 4월엔 NCT 유닛 ‘도재정’, 5월엔 에스파의 신보가 나오고, 올해 안에 엑소와 슈퍼엠의 새 앨범도 발매 예정이다. NCT도쿄 등 신인그룹 세 팀도 데뷔 예정이다.

카카오와 만난 SM은 이제 카카오엔터를 통해 음원, 음반 유통을 이어간다. 그간 SM은 드림어스컴퍼니를 통해 음원, 음반 유통을 맡겨왔다. SM 소속 아티스트를 등에 업은 카카오엔터는 명실상부 업계 1인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아이브·몬스타엑스(스타쉽엔터), 아이유(이담엔터), (여자)아이들(큐브엔터) 등의 음원·음반 유통을 맡으며 음원시장에서 독보적인 유통 점유율 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절대 강자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음원 차트 400위권 기준 35.7%의 음원 유통 점유율을 기록,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2위는 드림어스컴퍼니(15.5%)였다. 하이브와 YG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유통하는 YG 플러스가 3위다.

새로운 시대를 맞는 SM은 이미 ‘이수만 지우기’를 시작했다. 최근 발매된 샤이니 멤버 온유의 첫 정규 앨범 ‘서클’과 엑소 멤버 카이의 솔로 미니 3집 ‘로버’ 크레디트에서 이수만의 이름이 빠졌다. ‘서클’ 크레디트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자리엔 SM이, ‘로버’ 크레디트엔 이성수 대표의 이름이 올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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