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여행 계획 학교, 2019년보다 줄어
“비용 부담에, 학교 폭력 걱정도”
단체생활 꺼리는 아이들…“급식실도 안가는데”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아이가 수학여행을 거부하는데, 저도 사실 보내고 싶지 않네요. 비용도 비용이고, 학교폭력 걱정도 돼요.”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전모(40)씨는 올해 자녀를 수학여행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친구가 없다’며 수학여행을 가고싶지 않다고 먼저 말해온 자녀 A군에 전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A군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전씨는 “제주도 2박3일에 70만원이라는 비용 안내문까지 받아보고 나니 아이가 싫다는 걸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보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때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기억되던 ‘수학여행’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전국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재개하는 분위기지만,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물가 영향에 치솟은 각종 비용, 학교 폭력이나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수학여행을 간 한 고등학생이 동급생 여학생을 성폭행(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각 초‧중‧고등학교 1320곳 중 수학여행 계획을 제출한 학교는 45%(601곳)으로, 전년(201곳)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870곳)보다는 크게 줄었다. 올해 실제 수학여행을 가는 곳은 더욱 적을 수 있다.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쳐 70% 이상의 동의를 거쳐야 수학여행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작년에도 학교 201곳이 수학여행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로 간 곳은 143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학여행에서 학교폭력이나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학부모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거리두기 조치 등 코로나19 영향은 사라졌지만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학교 현장 일선의 부담은 여전하다. 우선 물가 상승 여파로 유류비, 숙박비 등이 크게 늘었다. 3년 만에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울 소재 A 고등학교는 “전세버스 비용이 20만원 가까이 올라서 깜짝 놀랐다”며 “숙소 역시 10인 이상 단체방을 쓰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2인1실을 쓰는 것이 보편화돼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이모(35)씨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고, 아이도 크게 가고 싶어하지 않아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반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 공개된 학교별 수학여행 예상비용에 따르면 학교들은 제주도는 60만~70만원대, 부산권은 70만원대에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19년에는 제주도 40만원 안팎, 부산권 3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단체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소속 최혜숙 나로심리상담센터 소장은 “학교에서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급식실에 가는 것이나, 체육수업 같은 외부활동을 학생들이 늘었다”며 “수학여행을 거부하는 학생들 역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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