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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연초부터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 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저축성 보험은 금리가 4%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저축성보험의 금리가 2~3%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다. 추후 시장금리 변동을 감안하면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저축성 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유동성 확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울며 겨자먹기로 방카슈랑스 판매를 늘린 셈이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금액(월납환산초회보험료 기준)이 1월 80억원에서 2월 439억원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2021년 11월 공시가 시작된 이후 월별 판매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그간 월평균 판매금액이 193억원 수준이었는데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2월에 방카슈랑스로 판매된 보험 상품의 유형을 보면 저축성 상품이 371억원, 보장성 상품이 68억원으로, 대부분이 저축성 상품이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 금융기관 점포에서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형태의 판매채널로, 이 통계에는 일시납 보험계약은 빠져있다. 보통 은행에서 판매되는 저축성 보험이 주로 일시납 상품인 사실을 고려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판매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방카슈랑스 판매 급증은 유동성 확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자본성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도래 압박이 크다. 당장 다음달까지 한화생명과 KDB생명이 각각 10억 달러,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점을 맞는 등 올해 자본성증권 상환규모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되는 저축성 보험 상품들의 금리가 2~3% 수준으로 하락하고 아예 판매도 하지 않는 보험사들이 많은 가운데, 일부 생보사들이 4%대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다. 올해 시행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저축성 보험이 불리하게 작용됨에도, 유동성이 급한 일부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판매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로 월 200억원 규모를 판매하는데, 2~3월에는 회사 1곳이 그만큼을 팔았다”며 “IFRS17이 적용되면서 저축성보다 보장성 상품을 판매하는 게 유리해졌는데도 방카슈랑스로 (저축성) 판매를 늘린 건 유동성이 그만큼 급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확정형 고금리 5년납 저축성 상품을 팔면 5년 뒤 이차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회사는 저축성 상품을 팔 수가 없다”며 “그래도 일부 회사 입장에선 경기가 악화되고 회사채 금리가 두배로 뛰어버리면서 신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확정형 금리로 5년납짜리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는 게 차라리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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