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억대 신고가 기록한 청담동 고급주택
빌라는 거래량·가격 모두 부진 이어가
시장 회복해도 전세사기 등 심리적 요인 커
서울 양천구 신월7동 빌라촌 일대의 모습. [사진=김은희 기자]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고가 주택과 서민 주택의 양극화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 서민 주거지를 대표하는 빌라가 전세사기 등을 거치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든 와중에 일부 고가 주택은 대형평수 위주로 연일 수십억대 신고가 경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수 조영남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 244㎡는 지난달 18일 82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2019년 기록한 직전 최고가(64억5000만원)보다 17억6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전날인 같은달 17일에는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하이츠파크 전용 213㎡가 5억원 뛴 60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159㎡는 62억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약 2년 전에 기록한 직전 최고가(56억원)보다 6억원 상승한 금액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240.3㎡ 또한 같은달 10일 110억 원(5층)에 매매됐다. 이는 지난해 5월 110억 원(3층)에 거래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자 올해 최고가 거래다.
이달에도 신고가 경신 소식은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8차상지리츠빌 전용 203㎡은 지난 5일 직전 최고가 대비 12억1500만원 오른 38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실이 신고됐다.
부산광역시에서도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 219㎡ 꼭대기층이 지난 5일 6년 여만에 거래가 이뤄지며, 단번에 44억 오른 70억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가주택의 신고가는 매물이 극히 희소한 상황에서 수요자가 꾸준히 등장하며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고가 주택 신고가가 계속되는 와중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빌라는 가격, 거래량 모두 급격하게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소위 ‘빌라왕’ 등 전세 사기사건이 부동산 시장 하락과 맞물리면서 전세 수요 뿐 아니라 매매 수요까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빌라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월 기준 99.9로 2021년 5월(99.7) 이후 처음으로 100을 하회했다. 이 지수는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매매가격변화를 측정하는 지표인데 2021년 6월(100)을 기준으로 한다.
가격이 내리며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기술적 반등과 함께 거래량 회복이 소폭 이뤄지고 있으나 빌라 거래량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빌라(다가구, 다세대, 연립) 거래량은 7604건으로 전년동기(1만4777건) 대비 반토막났다. 빌라 거래량은 올 1월에 비해서는 100건 가량 늘었지만, 2월 전체 주택 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도 아파트 거래량(6만3909건)의 11.9%에 불과했다.
게다가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드러나면서 세입자들은 빌라 전세를 꺼리고 있다. 최근 전셋집을 구한 홍모 씨는 “빌라에서 전세사기가 연이어 터지면서 첫 전셋집을 구하는데 무서운 마음이 들더라”면서 “금액적 측면에서 빌라가 유리했지만, 추후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 (빌라 전세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5310건으로 전년 동기(7428건)보다 28.5% 줄었다.
심지어 빌라 경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와중에 낙찰률은 채 10%에도 못미치는 모습 또한 나타나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올라가고는 있지만 빌라는 동일선상에 두고 보기 어렵다”면서 “빌라 자체가 아파트 가격에 후행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전세사기 등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예방 조치를 시행한다고 해도, 빌라 시장이 회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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