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2022년 23만4064건 신고
극단 선택 유발, 성범죄 이어질 가능성
서울 마포대교 위에 SOS 생명의 전화.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고통 없이 죽는 방법. 30만원을 모은다. 숙면 바로 전 XX나 XX를 마신다.”, “경기도 XX시 동반 XX 구함. 여자만.”
온라인 검색으로 1분 만에 볼 수 있는 자살 관련 게시글이다. 자살 암시글은 물론 자살을 하는 방법, 자살·자해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분별하게 온라인을 떠도는 자살 관련 게시글이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고 있다.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범죄 발생 우려도 높다.
25일 보건복지부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 활동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자살 유해 정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8년 3만 2392건이었던 자살 유발 정보는 2019년 3만2588건, 2020년 9만772건, 2021년 14만2725건, 2022년 23만4064건으로 매년 증가 중이다. 보건복지부 모니터링단의 활동이 증가하며 관련 신고가 늘어난 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온라인에 자살 유발 정보가 횡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신고된 자살 유발 정보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이 12만2442건(52.3%)으로 절반 이상이다. 실제 온라인에는 지난 16일 서울시 강남구 빌딩에서 투신한 10대 여학생 A양의 동영상은 물론 지난 13일 일본 여고생 2명이 동반 투신한 동영상도 유포되고 있다. 그 뒤를 자살 위해(危害) 물건 판매·활용 4만1210건(17.6%), 자살 동반자 모집 1만8889건(8.1%), 구체적 자살 방법 6070건(2.6%), 영상 콘텐츠 4300건(1.8%), 기타 4만 1153건(17.6%)이 잇는다.
자살 암시글을 올리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아동·청소년 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트위터 우울증 계정을 운영하거나 우울증 관련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친밀감을 쌓은 뒤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다”며 “온라인 에서 일어나는 그루밍 범죄는 성 착취가 일어나기 전까지 의도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일대일 대화 방식으로 이뤄져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 문제를 온라인 범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물을 인공지능(AI)으로 잡아내는 것처럼 자살 유발 정보도 적극적으로 수집해 대응해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차단할 수 없다면 운영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기관과 사이트 운영자 등 모두 예방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온라인 자살 정보 유행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최근 A양 사망 사건 배경으로 지목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수사를 위해 TF를 꾸렸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형사과, 사이버수사과 등이 합동으로 청소년 자살 예방 규정 위반 정황 등을 검토 중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