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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횡포’에 두번째 거부권...“정치가 타협 상황 만들어야”
뉴스종합| 2023-05-16 11:19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13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위쪽 사진). 같은 시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서는 대한간호협회 대표단이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 합의 없이 야당 주도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법률상 명기된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갈등 해소와 중재를 해야 할 정치가 실종되자 나라는 두쪽이 났다. 여당과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 등 13개 직역단체가 한편을 먹었고, 야당과 간호사 단체 등이 또다른 한편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될 형편에 처했다.

▶尹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간호법안은 이와 같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후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힘을 보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3개 직역단체가 간호법을 반대한다고 설명하면서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정치적인 입장을 관철하는 행동 때문에 의료계가 두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의석수로 밀어붙인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이 의료계 갈라치기에 몰두했다. 민주당은 반성과 결자해지로 타협안 만들기에 동참하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공약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넘어 농민과 노동자에 이어서 간호사 의사 간호조무사까지 국민 가르고 사회 혼란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남은 4년을 견뎌야하는 국민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거부권 행사는 꽉 막힌 정국을 더욱 막히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 공포로 국민 신뢰를 얻고 국정성공을 위한 통합의 길로 나서라”고 말했다.

간호법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이 대표는 후보시절이던 지난 2022년 1월 간호사 단체를 만나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입법 추진을 약속했다. 이후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가 됐고, 간호법은 해가 바뀐 지난 3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 됐다. 지난 4월 27일에는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회 숙의과정 생략’을 이유로 이날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된 법률안은 국회로 다시 회부되고, 의석 3분의 2 찬성이면 재가결된다. 그러나 민주당 의석수는 168석인 상황이기에 재가결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의협vs간호협, 총선기획단 출범...“압박 넣자”=의사 단체를 포함한 13개 직역 단체와 간호사 단체는 패가 나뉘어져 정치권에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핵심은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이 무대다. 의사단체협의회는 이날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단체 역시 오는 18일에 총선기획단을 출범한다고 예고했다. 의사·간호사 두 직역 단체가 각각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두 단체는 공공연히 ‘낙선운동’ 내세운다.

의사 직역과 간호사 직역 간 갈등이 ‘간호법 제정’을 도화선으로 확전 일로로 치닫자 정치권은 표계산에 분주하다. 국민의힘은 의사를 포함한 ‘간호법 반대’ 직역 회원수가 많다며 ‘나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간호법 반대 단체의 회원수가 100만명을 헤아린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더라도 거부권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표계산’과 ‘공약’이란 명분을 내건다. 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간호사는 수는 적지만 결속력이 단단한 집단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바도 있다. 명분 실리 양면에서 모두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간호협측은 ‘클린정치 기획단’을 꾸려 ‘1인 1정당’ 가입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여야 정당을 가리지 않고 정당에 가입해 정당에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노봉법·방송법 등 ‘거부권’ 줄줄이=문제는 양곡관리법·간호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는 현재 노란봉투법·방송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줄줄이 대기를 하고 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까지 본회의에서 가결시키겠다는 것은 ‘거부권 정국’을 부추기는 못된 심보”라고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등 행위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하는 것에 일정 부분 제약을 가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방송법은 경우 방송사 사장을 임명할 때 정부·여당의 개입 여지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방송 영구 장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무차별적 정치공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목소리와 정부와 당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간호법도 재의 요청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내년 총선에서의 집단 반발은 대통령 도 감안해야할 부분 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빨리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지금의 대결 구도는 정치가 아니다”며 “입법부의 다수당인 민주당과 윤 대통령, 국민의힘의 무한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국회는 재의결을 통해 가결이나 부결을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도 “각자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으로 가기 전에 갈등을 조절하고 타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그런 문제들이 조절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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