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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코인 로비 의혹에 실적 한파·공매도까지…‘3중 쓰나미’ 덮친 게임株 [투자360]
뉴스종합| 2023-05-17 09:22
[게티이미지뱅크, 각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주요 게임주(株)가 빠진 깊은 수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신작 부재와 제작 경쟁력 약화 등 내부 문제에 한중 관계 악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 유지 등 부정적 거시 변수까지 더해지며 ‘3N2K(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넥슨은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원대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게임 업계의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게임주 반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꺾는 결정타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악재가 겹친 게임주에 대해 공매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주가에 대한 하방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입법 로비’ 의혹 제기 후 게임株 약세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9일 종가 대비 16일 종가 기준) 주요 게임 상장사 10개 종목으로 산출한 ‘KRX 게임 K-뉴딜지수’는 6.4% 하락했다.

구성 종목 중 가장 눈길은 끈 종목은 이 기간 주가가 13.55% 하락한 위메이드다. 지난해 김 의원의 보유·거래액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가상자산 ‘위믹스’의 발행사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김 의원의 위믹스 보유·거래 경위에 맞춰질 전망인데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위메이드나 그 관계사로부터 위믹스를 대량으로 지급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검찰이 위메이드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믹스 투자자 20여명이 지난 11일 ‘위메이드가 위믹스 발행 과정에서 허위 사실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사기·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 혐의로 고소한 것도 리스크다.

김 의원의 위믹스 보유 논란이 ‘게임으로 돈 벌기(P2E)’ 규제 완화를 노린 게임 업계 전반의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는 것도 게임주엔 부담이란 분석이다. 지난 10일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수년 전부터 게임하면서 (현재 불법인) P2E를 운영하는 업체와 협회·단체가 국회에 로비하고 있다는 소문 무성했다”며 국회 상대 로비 의혹을 제기했고, 위메이드가 이에 반발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성명서 발표 하루 전(9일) 종가와 16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KRX 게임 K-뉴딜지수’ 구성 10개 종목 중 넥슨게임즈(1.95%), 펄어비스(0.89%)를 제외한 8개 종목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 이사회에 부회장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12개 국내 대형 게임사는 모두 자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운영·개발 중이거나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 중”이라며 “본업인 게임 관련 성적표가 주가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자본 시장의 특성상 최근 벌어지는 논란이 주가에 주는 부담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엔씨·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암울한 1분기 성적표

게임 업계에 불어닥친 ‘로비 의혹’은 가뜩이나 실적 한파를 맞이한 게임주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5대 대형 게임사로 꼽히는 ‘3N2K’ 중에선 넥슨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社)가 모두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쓴잔을 마셨다. 우선 넷마블은 1분기 201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119억원)와 비교했을 때 적자폭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16%, 66.58%나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맞기도 했다. 그나마 크래프톤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는 9.27% 줄어든 것이었다.

주요 게임주들이 이 같은 성적을 거둔 데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의 굳게 닫힌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게임주의 희비를 가른 것은 중국의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 여부”라며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판호 발급이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금리 정책 유지 기조도 게임주엔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게임주에겐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3N2K 맹폭 중인 공매도

게임주를 맹폭 중인 ‘공매도’ 역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넷마블은 지난 12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 15일 하루 공매도가 금지됐다. 앞서 지난 3일엔 카카오게임즈가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돼 4일 하루 공매도가 금지되기도 했다.

3N2K 전반적으로 전체 주식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의 비율은 국내 증시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넷마블의 공매도 비율은 3거래일(12·15·16일) 연속 20%대를 기록했고, 엔씨소프트 역시 전날 공매도 비율이 22.71%로 20% 선을 넘어섰다. 이미 20% 벽을 넘어섰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엔 16일 3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상승 여력이 다른 종목에 비해 적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불리한 매크로 환경 속에 최근 ‘게임머니법 로비’ 관련 논란까지 터진 것은 단기적으론 분명한 악재다. 중장기적으로 게임사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본질’인 신작 게임의 성공으로 증명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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