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대기업 건설사 공정위 규제로 민자사업 참여 못해” 전경련, 개선과제 31건 건의
뉴스종합| 2023-05-25 06:59

서울 빌딩숲 모습[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인 A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간투자사업 참여에 대한 고심이 깊다. 도로, 철도, 교량 등 공공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민간기업이 컨소시엄(민자 SPC)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사업이다 보니 민간투자법이나 실시협약에 따라 민자 SPC는 주무관청의 지휘을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애초에 주관사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주관사가 대표이사를 추천하면 SPC가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이생긴다. 만일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상 각종 공시의무를 부담해야 하고, 주관사의 지원도 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규제로 인해 대기업 건설사들이 민간투자사업 투자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정부를 상대로 각종 규제개선 과제 31건을 건의했다. 25일 전경련은 ‘2023 규제개선과제’를 전날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회원사 의견 수렴을 통해 건설·입지 분야 10건, 보험 5건, 공정거래 4건, 에너지 4건, 환경·안전 3건, 유통 3건, 투자 2건 등 총 31건의 규제개선 과제이다.

전경련은 공정거래 분야와 관련해 ‘기업집단 범위에서 민자사업 SPC 제외’, ‘손자회사 공동출자 규제개선’ 등 총 4건을 건의했다. 민자 SPC를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할 것을 전경련은 요구했다. 공정위는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으로 기업 총수의 지배력이 미칠 수 없는 민자 SPC를 기업집단에 포함시키고 있다. 민자 SPC는 운영 기간이나 건설 사업 기간 중 해당 SPC의 최다출자자가 30% 이상 주주가 되거나 대표이사를 임면하는 경우 기업집단에 편입될 수 있다.

민자 SPC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각종 규제를 받는다는 점이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들의 민자사업 참여를 고민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SPC가 계열회사로 편입될 경우 공시 등을 위해 별도 인원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민자사업 참여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또 전경련은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들이 공동으로 손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건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손자회사에 대한 복수 자회사의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 체제에서 다양한 투자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는 복수 자회사의 공동출자를 금지하지 않는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이나 일본 NTT 그룹 등은 지주사 체제 내 다양한 공동출자를 진행 중이다.

환경·안전 분야에서는 ‘화약류 운반시 경계요원 탑승의무 현실화’ 등 3건의 과제를 제시했다. 현행 총포화약법상 화약류를 운반할 때는 운전기사, 운반책임자 외에 경계요원이 탑승해야만 한다. 그러나 경계요원의 노령화가 심각하고 산업계 전반의 인력난으로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경련은 디지털 장비를 설치해 안정성을 확보한 경우 별도의 경계요원을 두지 않도록 해달라고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건설·입지 분야에서는 ‘건설현장 축중기 설치기준 완화’ 등 10건의 과제를 제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 현장에는 차량의 무게를 측정하는 축중기를 설치해야 한다. 또 현실적 제약으로 설치가 어려운 상하수도·도시가스 시설 공사 현장에는 설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유사한 열수송관 공사의 경우 설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이에 전경련은 열수송관 공사의 경우에도 현장이 도로에 산재되어 축중기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 의무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환경이 불확실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의 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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