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SK 반도체는 진짜 살아나고 있나요? [세모금]
뉴스종합| 2023-05-27 07:21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힘을 못 쓰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칩에 대한 주문을 중단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공백을 메꿀 가능성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시장 최대 화두 기업인 엔비디아까지 ‘깜짝 실적’까지 발표하며 이 회사를 고객사로 둔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반등 역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中 마이크론 제재는 삼성·SK에 빅찬스?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중단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그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스퍼와 레노버 등 중국 IT기업들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들어있는 부품의 사용 중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미국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후 중국 기업들이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마이크론 제품에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다며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레노버 매장 이미지[게티이미지]

중국 기업들의 행동 개시에 마이크론은 즉각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인스퍼와 레노버는 마이크론 제품의 최대 구매업체 중 하나다.

레노버는 전세계 PC 출하량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대표 IT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레노버 PC 출하량은 6810만 대로 점유율 23.9%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인스퍼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지능(AI)용 서버 제조업체다. 중국 AI 서버 시장에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CMP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서버용 메모리 부품에 들어가는 D램은 주로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공급해왔다. 마이크론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당장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의 D램이 그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번 기회로 메모리 반도체의 국산화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때리기’에 나선 배경도 삼성이나 하이닉스 제품으로 대체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엔비디아 건물 [123RF]

고맙다 엔비디아…삼성·SK 메모리 반색

엔비디아가 최근 ‘깜짝 실적’을 내며, 이 회사를 고객사로 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관련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이 많이 팔릴수록 관련 데이터를 기억하고 연산을 도울 메모리 제품의 필요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AI 개발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GPU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곧 AI용 반도체에 대한 미래 시장성을 현실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는 범용 제품으로, 시장이 좋아지면 함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분기 말 전후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가 본격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서버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칩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최근 삼성은 최선단 기술인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을 양산, 향후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폭 증가할 차세대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GPU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수혜 역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에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순이었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점유율이 53%로 늘어나며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D램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4세대 제품 ‘HBM3’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는 건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국내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역시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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