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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수출증가율 이전의 1/5 수준↓…수출주도 성장 최대 위기
뉴스종합| 2023-06-01 09:45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수출주도형 성장을 통해 발전을 이룩한 한국경제가 중대 기로에 섰다. 세계교역의 둔화로 최근 10년간 실질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면서 한국경제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중 갈등 심화로 양국을 각각의 축으로 한 세계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향후 교역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1일 산업연구원의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교역 증가율이 1990~2007년 평균 증가율 대비 최근 10년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한국 수출증가율은 1990~2007년 평균 12.9%에서 최근 10년 2.8%로 더 큰 폭으로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산업연구원 재인용

한국의 실질 수출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인 1990~2007년 연평균 13.2%에서 최근 10년간(2013년 1분기~2023년 1분기)은 2.4%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가율의 상대적 크기의 변화이다. 1990~2007년간에는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두 배 이상 상회했지만, 최근 10년간은 소폭이나마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서비스로부터 재화로 수요를 이전시키는 효과에 의해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었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은 1%대로 더 낮아져 경제성장률의 격차는 1%포인트에 달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자료. 산업연구원 재인용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친다면 수출주도형 성장이라 부를 수 없다”며 “한국경제의 수출주도형 성장이 종료됐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 세계교역에서 첨예화하고 있는 미·중 디커플링(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록화) 영향이 가시화하면 한국 수출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디커플링은 그 자체로 세계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존 글로벌가치체계(GVC)의 축소와 재편을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제1, 제2의 수출시장으로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평균 기준으로 양국이 한국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14%, 중국 31%(홍콩 포함)로 총 45%에 이른다.

전면적인 디커플링이 현실화화면 장기적으로 세계 GDP가 최대 7% 감소하고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그룹은 GDP가 최대 1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국가별 혹은 권역별 추정의 경우 한국은 대부분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그룹에 속한다”며 “세계경제 디커플링은 한국으로서는 전력을 기울여서 피해야 할 ‘재난’”이라고 지적했다.

디커플링이 이미 현실화하면서 대응 방향 모색이 시급해졌다.

대외적으로는 교역 환경 악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대내적으로는 민간소비와 수출이 동반 견인하는 성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세계경제 디커플링이 한국의 이해관계에 부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유엔(UN) 제재와 같은 국제적 합의에 기초한 경우나 명백한 안보 위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특정 국가나 지역을 차별하는 경제정책에 반대하며 이런 조치를 시행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나라들과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국제교역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경제성장에 못 미치는 수출증가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성장 기여 하락을 내수, 특히 민간소비의 활성화로 보전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은 수출증가율을 회복할 수 없다고 해도 한국경제에서 수출은 여전히 중요한 만큼 세계경제의 변화 추세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새로운 수출 상품과 시장을 발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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