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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는 선진국 진입할 ‘마지막 단추’ 같은 산업” [헤경이 만난 사람-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뉴스종합| 2023-06-02 11:15
서유석 금투협회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초심을 잃지말고, 회원사의 지지를 잊지말자’는 뜻에서 집무실에 회장선거 득표율(65.64%)을 적은 액자를 비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금융투자산업이 상대적으로 선진국과 격차가 큰 분야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격차를 줄일 경우, 선진국 대열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단추’ 같은 분야입니다. K-팝이나 전기차·배터리처럼 ‘금융의 삼성전자’, ‘금융의 방탄소년단(BTS)’이 나와 ‘K-금융’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금융투자협회를 이끌고 있는 서유석 회장은 대한민국의 타산업 성과와 잠재역량에 비해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더뎠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기존 은행(대출)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은 계산에 치밀·섬세하고, 수출·교역의 글로벌 DNA를 지닌 대한민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며 “향후 자본시장이 양적·질적으로 더욱 성장해야 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큰 목표 세 가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사적연금시장 성장(제도 개선) ▷10년내 아시아 톱3 투자은행(IB) 출현 ▷ 자산운용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들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소회는=금융투자협회의 창립 70주년을 협회장으로서 함께 할 수 있어, 자본시장에서 일생을 보내온 사람으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증권회사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해방 후인 1949년으로, 증권산업 역사는 74년이며 그 중 70년을 협회가 함께 했다. 최초 증권회사인 대한증권(현 교보증권) 설립이후 4년만에, 2~5호 증권사인 고려증권과 영남증권, 국제증권, 동양증권까지 다섯개 증권사가 뭉쳐 1953년 11월 현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대한증권업협회를 창립한 바 있다.

돌이켜보면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어려운 시기에도, 자본시장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느낄 수 있다. 헤럴드도 척박한 환경속에 자본시장과 언론 발전에 대한 열망으로 같은 해 출간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금융투자협회 미래에 대한 비전·포부는=증권업이 시작한 지 74년만에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은 세계 10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세계 12위로 성장했다. 70주년을 넘어 100주년에는 글로벌 수위권의 자본시장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은 전통 제조업부터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 콘텐츠 산업에 이르기까지 여느 선진국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직접 금융시장 발전과 금융회사의 리스크 테이킹’이 활성화 돼야 한다. 향후 인구감소 등을 감안하면 ‘자본을 수출하고, 자본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자본주의 모델을 일부 벤치마크 할 필요성도 있다. 미·영·일 등 선진국은 무역수지 적자의 경우에도 글로벌 자본수익을 통해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사적연금시장 제도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연금시장은 국민·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제일뿐 아니라, 공모펀드 활성화 등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 비즈니스와도 깊은 연계점을 갖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는 길어진 노후를 위한 자산형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논의 중인 ‘소득대체율 상향 등 사적연금 개편’을 포트폴리오 형태의 투자 확산과 투자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

우선 안심하고 자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디딤돌 기능을 하는 펀드(국민연금 투자방식과 유사하게 주식·채권·대체자산에 분산투자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변동성을 줄인 자산배분형 펀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주축으로 투자자성향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우에는 일부자금을 위험자산(주식형펀드, 상장지수펀드 등)에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납입, 운용, 수령 단계별로 촘촘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며, 퇴직연금 운용 규제(위험자산 70% 한도)도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IB 출현을 위해서는 해외진출 촉진이 필수적이다=IB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을 통해 대형화와 수익구조 다변화·외형적 성장을 이뤘으나, 예금 중심의 가계금융자산 구조와 낡은 자본시장 규제 등으로 서구권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기자본의 경우 중국 중신증권이 33조9000억원, 국태군안증권이 25조6000억원,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28조원, 다이와증권이 16조5000억원인데 비해 우리나라 미래에셋증권은 9조원, NH투자증권은 6조8000억원, 한국투자증권 6조3000억원, 삼성증권 6조원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도록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해외진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주주 및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도전정신과 치밀한 현지화 전략, 해외진출을 위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글로벌 IB와 현지영업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완화도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지급결제와 외화 콜시장 직접참여 허용, 외화 송금한도 확대 등 국내 IB가 해외 IB와 공정경쟁 할 수 있는 토대로서 외환업무 규제완화가 시급한 과제다.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KIC) 등 정책금융기관들과 해외투자 협력체계 구축 등 IB 역량 강화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자산운용산업의 양적·질적 성장도 우선과제로 선정했는데=자산운용업 성장을 위해선 우선 공모펀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모펀드의 투자자 접근성 제고, 환금성 및 거래의 편의성 개선 등 상품성 향상을 위한 공모펀드의 상장시장 연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장기투자 펀드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투자기간에 비례한 차등적 공제율을 적용해 소득금액을 산출하는 등 장기투자 친화적 세제도입이 필요하다. 부동산은 장기보유시 양도세 등 다양한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반면, 주식·채권·펀드 등 자본시장에는 장기투자 지원 세제가 없어 국내 자본이 생산적 분야에 장기 투자하는데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체거래소(ATS)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토큰증권은 어떻게 다룰 계획인지=대체거래소는 올해 3월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연내 예비인가 취득 및 2024년~2025년 초 영업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행 법령상 거래대상이 상장주식 및 주식예탁증서(DR)로 한정돼 있지만, 해외 사례 등에 비춰 볼 때 토큰증권(ST)을 거래대상으로 검토하는 것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토큰증권 플랫폼 관리를 위한 부담이 클 수 있어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업계와 공동으로 ‘토큰증권 공동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과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시장친화적인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최근 주가조작사건 관련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이번 주가하락 및 주가조작 의심 사태는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 추가적인 제도 검토 등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불법적 집단자금 수취·운용 및 주가조작, 폰지스킴(Ponzi‘s Scheme: 금융 사기) 등에 기인할 가능성이 큰 만큼, 차액결제거래(CFD) 상품 자체보다 해당 상품의 불법적 운용행위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예방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고,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저학년 어린 시절부터 정규 공교육에서 체계적으로 금융투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증시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하반기 증시대응에 조언을 한다면= 지난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확정한 후, 금리는 일단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아, 매파적 기조도 상존한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수준으로, 이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늘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말이나 연초와 같은 불안정한 국면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현 시점에서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엔데믹 효과와 긴축종료, 금리 안정사이클에 기대한 시장의 업사이드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자동차, 조선, 방산, 엔데믹 관련 기업 등 다수 섹터의 상장사 실적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다만 고금리 지속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이 심화될 경우, 실물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리=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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