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의존도가 무려 94%…중국에서 벗어나자”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전 [배터리 지각변동]
뉴스종합| 2023-06-04 07:31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80%가 넘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우리나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호주, 미국 기업 등과 손잡고 원재료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원개발 한일 비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터리 주요 광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80%를 훌쩍 넘는다.

배터리 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4%에 달한다. 리튬,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87.9%, 85.7%이다. 코발트(72.8%)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주요 핵심 광물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연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 중 80% 이상이 중국에 있다. 광물 원료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제련 시설도 중국에 집중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흑연(70%)과 코발트(64%), 리튬(58%)의 제련 공정 모두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값싼 노동력, 선진국 대비 느슨한 환경규제로 인해 중국에 제련 시설이 모이게 됐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대표되는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는 우리나라 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더욱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터리 광물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전기차 구매 시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외적 변수에 대응하고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캐나다 지역 내 리튬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리튬 정광 공급 및 지분 투자 계약(약 7.89%)를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이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5년 동안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가 매년 생산하는 리튬 정광 총생산량의 25%를 공급 받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리튬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6년간 컴파스 미네랄이 연간 생산하는 탄산리튬(약 1만1000t 예상)의 40%를 공급받게 됐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맺었다. 웨스트워터는 미국 앨라배마주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미국 소재 업체인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SK온 제공]

지난해에는 호주의 글로벌 리튬사와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글로벌 리튬은 호주 내 2개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 정광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광산들의 리튬 매장량은 50만t으로 추정된다.

이차전지 원료 사업에 진출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 파루 그라파이트와 이차전지 배터리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000만달러를 투자해 약 25년간 총 75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흑연의 중국 매장량은 80%를 넘음에도 국내 기업들은 흑연 공급 다변화를 위해 호주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유럽이 제련 시설을 새로이 설립하려는 시도가 많은 만큼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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