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쓰레기집 5200개…“선진국 일본 민낯 참담하네”
뉴스종합| 2023-06-04 12:55
일본의 사회적 고립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미야시키’(쓰레기 집) 현상이 연일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SCM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일본의 어떤 집들에선 쓰레기가 쏟아져 길거리와 주변 건물로 침범, 지역에 해충을 유인하고 지방 정부의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2023년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충격을 더한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환경성의 ‘고미야시키’(쓰레기 집) 전수조사 결과를 인용, 일본 전국에 쓰레기 집이 총 5200여개에 달하며 특히 도쿄에만 880개가 있다고 전했다. 도쿄에 이어 중부 아이치현에 538개, 동부 지바현에 341개 쓰레기 집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집은 버려진 폐가가 아니다.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가정집이다. 하지만 박스, 가구, 비닐봉지 등이 창고 천장에 닿을 정도로 쌓여있고, 집 앞 차고에는 쇼핑 바구니, 접이식 의자, 방수포, 상자 등이 빼곡히 쌓여있다. 쓰레기가 이웃집의 주차 공간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더운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이 집들로 인해 동네 전체에 악취가 나고 바퀴벌레와 쥐 같은 해충이 더 많이 번식하고 있어 일본 사회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2017년의 연구에서는 전국 250개 지자체에서 고미야시키 문제가 보고됐지만, 현재는 661개 지자체로 퍼져나갔다. 각 지자체들은 주택 소유주에게 정리를 독려하거나 강제하는 방법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이 중 101개 지자체는 주택 소유주에게 주택을 깔끔하게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지역 조례를 시행하고 있으며, 114개 지자체는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지자체 직원이 과도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도쿄의 아다치 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과 내에 전담 부서도 설치했다.

하지만 더는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요미우리 신문은 사설을 통해 “고미야시키는 이제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며 중앙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와타나베 마코토 홋카이도 분쿄 대학의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대부분의 쓰레기 집은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상 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보통은 노인이거나, 고립되어 있거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사회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과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가족이나 가까운 커뮤니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고미야시키 현상을 해석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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