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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전문의 자격을 갖고도 일 안하는 의사가 7972명?”
이는 65세 이상 전문의만 조사한 수치다. 절반에 가까운 인력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방에선 의사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고령의 의사 인력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적극 환영한다. 정작 아무 일도 안 하는 의사는 8000명에 이르는데, 지방에선 젊은 의사는 물론, ‘시니어 의사(은퇴 의사)’까지도 채용이 수차례 무산되고 있다.
수억원의 고액연봉을 내걸고도 수차례 공고 끝에 가까스로 의사를 채용한 사례는 오히려 운이 좋은 정도다.
전문가들은 아예 지역에 강제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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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만 65세 이상 전문의 1만7245명 중 7972명(46.2%)이 활동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공의 기피과로 불리는 내과 880명, 외과 836명, 산부인과 991명, 소아청소년과 813명 등이다.
많은 의사가 쉬고 있지만, 정작 지역 의료기관에선 의사 모시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산청군의료원은 ‘3억6000만원’ 고액연봉을 내걸고도 수차례 공고 끝에 가까스로 내과 전문의를 채용했으며, 울릉보건의료원은 연봉 ‘3억원’을 약속하고도 9차례 공고를 내야했다.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가장 큰 건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데에 있다. 따지고 보면 은퇴 의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의사 10만7976명 중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8만1676명(75.6%)에 달했다.
대도시를 제외한 시 단위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2만2045명(20.4%)에 불과했다. 군 단위 농촌에 있는 의사는 4255명(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의대정원 증원, 특히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연봉을 넘어 은퇴 의사들이 당직을 서거나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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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제란 의대 신입생 선발 때부터 의료취약지에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할 의사를 별도로 뽑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의대도 선발된 의대생이 지역의료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은퇴 의사들이 외래를 보거나 요양병원에서 일할 수는 있으나 중증의 응급환자를 볼 수 있겠는가”라며 “의대정원을 증원하고, 지역 출신 선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은퇴 의사들이 당직을 서거나 하기는 어렵고, 가뜩이나 지역 의료기관에 의사가 없는데 은퇴 의사 혼자서 외래 외에 입원환자 등도 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의무복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은퇴 의사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꺼리는 원인에 대해 근무여건, 정주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은퇴 의사 매칭 확률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와 의료계도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 의료기관-은퇴 의사 매칭을 위한 시범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