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측과 분쟁조정 건너뛰는 노조
현행법상 불법쟁의, 노란봉투법 통과되면 ‘합법’
지난달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만남의광장 앞 도로에서 열린 금속노조 집회.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금속노조가 지난달 31일 진행한 총파업과 관련해 경영계가 법적인 책임묻기에 들어갔다. 오는 7월 노동계가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엄정조치다. 정부도 앞선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노사 간 신경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기아는 ‘금속노조 총파업’에 가담한 금속노조 기아 지부장을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사건을 광명경찰서에 배당했다. 기아는 ‘불법 정치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견해다.
현행법상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파업은 불법 파업행위에 해당한다.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분쟁이 우선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야만 쟁의권이 주어진다. 파업 남용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노사간 화합을 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기아 노조는 파업 전 사측과 분쟁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을 따라 이날 파업이 결정됐다. 정당하게 ‘쟁의권’을 확보한 파업으로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당성 없는 파업”이라면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는 약 7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총파업 당일 약 8시간 생산지연으로 기아 공장에서는 약 2700여 대의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다. 출시를 앞둔 기아의 전동화 플래그십 EV9과 기아의 ‘수출 효자상품’인 스포티지도 피해를 겪었다. 기아도 공시를 통해 “이번 생산중단으로 전차종이 부분적으로 생산에 차질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은 6월 임시국회 내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수 의석을 가진 여당은 저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이 유일한 저지수단으로 남아있다.
야권과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게세게 압박하고 있다. 야권은 노동이슈를 양대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해결해간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 노동 탄압에 대응해서 노동계와 정치권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7월 총파업을 진행하면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주요 내용으로 삼기로 했다.
경영계는 향후 노란봉투법이 통화될 경우, 이같은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노조법 상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인데,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근로조건’ 전반으로 확대된다. ‘결정’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해석의 여지도 생긴다. 사측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도 ‘근로조건’을 명분으로 파업이 가능해진다. 이번 금속노조의 총파업과 같은 행위도 합법 쟁의행위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상정을 반대하는 경영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개정안 상정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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