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 전폭 지원…1조5057억원 투자
2025년까지 모든 차량 SDV로 전환 계획
포티투닷으로 소프트웨어 결집·인력 2배↑
포티투닷이 청계천 일대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셔틀. [포티투닷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에서 현대자동차의 ‘포니의 시간’ 전시회가 열렸다. 현대차의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를 통해 회사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인 만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사장단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 중 눈길을 끈 사람은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이끄는 송창현 대표였다. 정장을 차려입은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송 대표는 사명 ‘42dot’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그는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 책임자(COO), 신재원 AAM 본부 사장 등과 나란히 앉아 이날 행사를 참관했다.
포티투닷은 정 회장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티투닷은 네이버랩스 출신인 송 대표가 2019년 설립한 회사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한다. 정 회장은 포티투닷의 창립 초기 7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8월엔 4280억원(현대차 2750억원·기아 1530억원)을 들여 지분을 사들였다. 이어 지난달에는 추가로 1조707억원을 유상증자 형식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투자를 총 합치면 1조5057억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업체로의 전환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송 대표는 포티투닷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현대차그룹 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기능을 총괄하는 SDV본부장도 겸직 중이다. 외부 스타트업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현대차 핵심 사업부의 사장직을 겸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송 대표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포티투닷 제공] |
SDV로의 전환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정 회장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SDV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차량의 성능을 즉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기계였다면, SDV가 본격화하면 커다란 모바일에 바퀴와 배터리 등 하드웨어를 붙이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SDV 전환으로 회사는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면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맞춤형 신규 서비스, 구독, 보험 등 추가적인 수익 모델 창출이 가능해진다. 고객을 한 브랜드에 오랫동안 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포티투닷과 단순히 협업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별도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 다양한 계열사가 있음에도 소프트웨어 조직을 독립적으로 꾸리는 이유는 보다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에서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그룹 신년회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에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성패가 달렸다”며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은 기존 문화나 개발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는 등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티투닷은 각국에 포진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센터의 거점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고 있다. 송 대표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센터 거점을 검토 중이나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며 “인력은 지금의 2배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포티투닷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포티투닷의 임직원 수는 200여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3월 기준 35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채용 인원수를 따로 정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상시 채용을 하고 있다. 임직원의 70%가 개발자다.
포티투닷은 SDV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이 모빌리티에 자체 개발한 기술 플랫폼과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청계천 일대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올해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을 실행으로 옮기는 해가 될 것 같다”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판매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해 이동의 자유라는 궁극의 미션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